강용희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문화역사연구소 소장

계묘년이 저물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늘 희망을 품고 행복하길 꿈꾼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삶의 의지가 없을 것이고 오늘보다 내일이 불행할 것이라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미증유의 혼란과 역경을 안겨준 코로나로부터 4년만에 일상을 회복한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이 말 한마디로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넘게 흘렀다. 그럼 우리는 20년 전보다 행복하고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유엔이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 2023'에 따르면 1인당 GDP 세계 23위인 우리나라의 행복수준은 매년 뒤로 미끄러져 57위에 그쳤다.

반면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이스라엘(26위)은 행복순위 4위에 올랐다. 우리보다 약간 높은 소득순위 17위의 핀란드의 행복순위는 1위다. 홍콩은 소득순위가 8위지만 행복순위는 무려 82위에 랭크됐다.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순위도 대부분 7위권 안에 위치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국가의 성공은 GDP의 증가 또는 분배가 아니라 국민행복지수로 평가돼야 하며 정부의 목표는 국민행복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의 헌법도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추상적 선언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가장 먼저 사회적 신뢰회복과 연대의식이 우선되고 그런 분위기가 사회 각 분야에 도도히 흘러야 한다.

나 자신의 삶과 행복이 이웃은 물론 사회 공동체와 자연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어느 부분에 손상이 간다면 자신의 행복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규범이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경제성상률이 얼마냐, 주민소득 증가가 아니라 행복지수를 도입하는 정책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관계단절과 과다한 경쟁, 만연한 차별, 커지는 양극화의 틈바구니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

국가와 지자체 지도자들은 최고 목표를 '통합'에 두고 국민과 지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게 국력과 자원분배 대전환은 물론 공존과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노력들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생활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나누는 이웃이 있어야 하며 사회안전망 구축과 신뢰 및 공동체 의식의 증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행복을 연구한 이들의 공통 의견이다. 이런 조건들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세계의 지붕아래 있는 부탄이다. 부탄은 국민소득이 우리 국민소득의 10% 밖에 되지 않는데도 국민 90%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지역은 반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동체 의식이 유달리 강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고 도시화되며 이웃끼리 울담 너머 떡을 나누던 친밀한 공동체는 해체돼 갔다. 이제 우리는 행복을 위해 그 해체돼 왔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부터 먼저 적극 나서야 한다. 30년전 경북 봉화에서 농사지으며 시를 쓴 전우익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고 일갈했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초저출산 문제도 행복지수와 단단히 연결돼 있다.

새롭게 시작된 갑진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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