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비상임 논설위원·아라요양병원 병원장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총체적 난국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 교육, 의료 문제는 너무 복잡해 어떻게 풀어야할지 정부에서도 난감한 모양이다.

모든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는 철저한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 원인 분석이 잘못 되면 그 해결책은 모두 허사가 된다.

필자는 이 모든 사태의 본질은 우리 사회에서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 본다.

여러 해 전에 일본의 한 잡지에서 '한국인은 거짓말을 숨 쉬듯이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노라면 '숨 쉬듯이'는 아니더라도 '밥 먹듯이'는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공자님께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말씀하셨듯이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온전히 지탱하기가 어렵다. 여당은 야당을 믿지 못 하고, 야당은 여당을 불신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교사, 의사와 정부 사이에서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니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난다.

정치나 의료 문제는 우리 제주도 내에서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교육 문제만큼은 우리들의 노력으로 적어도 제주도 내에서는 좋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렸을 때에도 학교 내에서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어쩌면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 사회에서 원만히 해결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들도 있었고, 평생 한을 품고 사신 분들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지역 주민에 비해 학력과 경제적 지위가 높아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어서 문제 해결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지역 주민들이 선생님들보다 학력이나 경제적 지위에서 더 높아, 선생님들께서 예전의 권위를 부여 받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부님이나 스님의 학력이 낮다든가 재산이 없다고 얕잡아 보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선생님의 권위는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그 하는 일이 성스러워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학부모가 선생님의 권위를 존중해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고, 선생님이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사들이 하는 일은 학원 강사들이 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가 지식의 전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널리 인간에게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이듯이 공부의 목표가 소위 'SKY'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하겠다.

소위 'SKY' 대학에 들어간 사람 중에도 불행한 사람이 많으며, 그런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학부형들이 깨달아야 하겠다.

교육의 효과는 교사의 지식보다는 열정에 의해 결정되며, 이 열정은 선생님들이 학생을 비롯한 지역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할 때 생긴다.

우리 모두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신뢰가 쌓이는 사회가 되고, 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도록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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