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진 비상임 논설위원·사운드오브뮤직 대표

365번 해와 달을 보고,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돌아왔으니 이 날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원전 153년 1월 1일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로마에서 시작된 불꽃놀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꽃놀이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음악들은 신년음악회의 필수 레퍼토리다.

2024년 영국 Classic FM에서 조사한 신년음악회 레퍼토리 1위는 '왈츠의 왕', 요한 스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1825~1899)의 '샴페인 폴카'다. 춤을 추듯 3박자의 왈츠를 상상하고 샴페인 병을 따는 소리로 축제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어떤 공연은 연주 중 샴페인을 터트리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또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은 팡파레로 활기차고 분주한 파티 현장을 보여준다. 다시 조용해지며 신년 새벽 6시를 알리는 시계 종소리와 다시 시작되는 왈츠가 화려한 파티를 이어간다. '봄의 소리 왈츠'는 유일하게 계절 이름을 붙였는데, 시작부터 조심스럽게 아지랑이가 일어나고 언 땅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설레임이 표현된다.

스트라우스는 500여곡이 넘는 춤곡을 작곡하며 정치적인 색도 드러내는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이탈리아에서 대승을 거둔 라데스키 장군을 기리며 '라데스키 행진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신년음악회의 단골 앙콜곡으로 지휘자가 박수를 유도하며 이 곡만큼은 연주 중에도 관객들과 박수를 치기도 한다. 빈 필하모닉과 스트라우스의 만남은 1873년 '비엔나 블러드(Wiener Blut, Op.354)' 초연 연주였다. 황제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이 왈츠는 기존의 가벼운 춤곡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서정적인 우아함을 담았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비엔나의 줄인 말, Wien 빈)의 첫 번째 신년음악회는 전쟁과 독재, 우울했던 시기에 이뤄졌다. 1939년 12월의 공연 순이익은 사회주의 기금모금에 전액 기부되며 국민들의 정서를 치유하고 국가적 평화운동을 이어가게 했다. 1941년 1월 1일은 '요한 스트라우스 콘서트'로 전쟁 중에도 비엔나만의 정신을 이어왔다. 유럽을 대표하는 출중한 연주자들이 비엔나에 모이고, 음악으로 평화를 지키자는 비엔나의 정신을 이어가는 스트라우스 작곡가 가문이 있었기에 오늘의 비엔나는 신년음악회로 전세계 신년음악회의 기준이자 더불어 클래식 음악계의 기준이 됐다.

매해 다른 지휘자를 세워 신년음악회의 기대치를 상승시킨 것도 큰 효과를 봤다. 카라얀, 로린 마젤, 올해 다시 돌아온 크리스티안 틸레만까지, 세계적이기 전에 비엔나라는 지역적 정체성이 있기에 더 나아간 포용의 음악세계를 열어간 것이다.

올해 제주문예회관에서 오는 10일에 비엔나 필하모닉의 멤버들이 제주를 찾아 스트라우스 중심의 곡들을 연주한다. 같은날 제주아트센터에는 구좌와 종로구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합공연으로 스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을 연주하고, 오는 25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도 신년음악회가 이어진다.

전세계 90여개국에서 방송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새해의 희망을 열어주는 비엔나의 신년음악회에 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왜 그리 압도되며 연주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는지 다시 깨달으며 우리 제주의 신년, 제주의 미래와 비전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도전을 꿈꿀 수 있을까. 2024년은 푸른 용의 기운으로 진취적이고 거침없이 날아오르도록 먼저 나만의 스트라우스 왈츠를 골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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