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비상임 논설위원·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대한민국브랜드대상에서 고양시의 '고양국제꽃박람회'와 통영시의 '투나잇 통영(Tonight Tongyeong)'이 지방자치단체 브랜드임에도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브랜드대상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브랜드와 관련해 유일하게 수여하는 포상제도로, 탁월한 브랜드 경영 성과를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고양시의 '고양국제꽃박람회'는 1997년 최초의 국내화훼산업 관련 전문박람회로 개최돼 해마다 25개국 이상에서 2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한다. 통영에서는 2022년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된 후 '투나잇 통영(Tonight Tongyeong)' 브랜드를 선포하며 야간관광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된 브랜드는 의사결정이 유연하지 않고 시장반응에 따라 광고비 투입도 여의치 않아 인지도와 수익을 증대시키는데 어려움이 크다. 체계적인 브랜드 경영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에 비해 브랜드로 성과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기에 통영시와 고양시의 수상이 더욱 돋보인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재단법인으로 분리돼 화훼산업의 생산과 가공, 국내외 유통뿐만 아니라 관광과도 연계하면서 전문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화훼산업특구로 지정돼 브랜드 확장을 통해 산업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통영은 아직 어느 지역에서도 집중하지 않은 야간관광을 선점했다. 야간관광을 위한 환경 조성을 넘어 관광혁신국을 신설하고 복합 해양레저관광, 스마트 관광 등을 야간관광과 연계하면서 관광도시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고양과 통영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브랜드는 지역의 정체성이나 다름없기에 시장이 원하는 컨셉과 아이템에서 시작하기보다는 보유한 자원에서 브랜드를 개발한 후 시장진입을 시도하게 된다. 이런 한계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만들어 내는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차별화된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브랜드로 특화 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제주삼다수'를 제외하면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떠올리기 어렵다. 브랜드 관련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브랜드가 갖춰야 할 이야기가 풍부하고 어떤 품목이든 개발 가능하며 헌신과 존경과 감사라는 감성적인 요인까지 갖춘 '제주 해녀' 같은 브랜드가 있음에도 활발히 활용하지 않음을 아쉬워 한다.

제주 해녀 같이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사람이 직접 이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지역 브랜드는 제대로 알리지조차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전국민이 인지하고 있어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제주는 유명 관광지이므로 다양한 장소에서 브랜드 노출 수준을 높일 수 있어 유리하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는 없는 것도 만들어가면서 브랜드라는 도구를 통해 홍보하는데 적극적이다. 제주 해녀가 아니더라도 이처럼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할 만한 이유를 갖춘 자산들이 있는데도 아직 제주의 대표 브랜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깝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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