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비상임 논설위원·전 제주관광대학교 부총장

모든 일에 자기관리가 필요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올 한해 자기관리가 더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이 매일 복용하는 약의 평균갯수는 5.3개고 하루에 약을 5종류 이상 복용하는 노인의 비중은 무려 8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 2~3개의 알약으로 시작해서 저녁 취침 전까지 거의 6개의 알약을 5종류가 넘게 복용한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갯수는 늘어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고령자가 의약에 의존하게 될 경우, 통제불능과 의약 과다로 인해 복합 만성질환을 앓게 되거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약은 각각의 목적, 성분, 제조법 등에 따라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날 만연돼 있는 알약은 쉽게 먹을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우리가 겪어야 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 옛날 우리가 먹을 수 있었던 알약은 평소 식단으로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것이 거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효능과 종류도 매우 다양화돼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10명 중 3명이 영양제를 먹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고 한다.

젊은이의 경우는 영양제를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기의 기능이 약한 고령자들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 관련 약을 복용하는 경우, 영양제까지 복용하면 약 종류가 더욱 많아져 과다복용에 의한 부작용, 2종류 이상의 약 혼용에 따른 부작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일수록 영양소는 약이 아닌 음식으로 보충하는 소위 자기관리가 필요한데,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소에 해당하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이제 약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게 됐지만 그만큼 내재역량이 감퇴하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소화제부터 영양제는 물론, 관절약 심지어는 코로나 약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처방전만 있으면 손쉽게 의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물론 식사 대체나 단백질 대체용 알약을 개발해 편리한 사회를 만든 생화학자들에게는 감사하지만 너무 많은 약들이 우리의 자기통제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의약이 사회 전반을 유혹하면서, 마약 처방으로 자제력을 잃고 구속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약의 효능을 모르고 먹어 극단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약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결과를 빨리 요구하는 성급한 사회가 돼 버렸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 중심의 사회가 돼 버렸다.

이제 새해가 되면서 자기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스스로 통제 가능한 내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신중한 자기관리와 자기통제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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