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4형사부, 16일 직권 재심…청구인 전원 무죄
희생자 60명 올해 첫 명예 회복…현장 울음소리로 가득
연좌제 우려에 입대 상황도…현재까지 45차·1301명 수준

"아버지가 포승줄로 묶여 끌려갔습니다"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았던 고 최봉우 딸 최행자씨는 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를 들은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16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제44차·제45차 직권 재심 재판을 열고 군사재판 수형인 60명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올해 첫 제주4·3 희생자·유족의 명예가 회복된 것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 60명은 1948년과 1949년 적법한 절차 없이 1차 군사재판과 2차 군사재판에 각각 회부돼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 가운데 고 최봉우는 제주4·3 당시 억울한 누명으로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49년 7월 29일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된 후 사망했다.

이를 두고 유족인 딸 최행자씨는 "제주4·3 당시 5살인데 머릿속에는 아직도 경찰복 차림의 경찰관들이 아버지를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가는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그 이후로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흐느꼈다.

이어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뼈만 앙상하고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며 "지금도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너무 억울하다"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고 신형택 외조카 강택진씨는 "저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는데 자꾸 외삼촌 얘기를 한다"며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머릿속에는 외삼촌 기억뿐"이라고 토로했다.

고 양응휴 조카 양원석씨와 고 안길수 조카 안성태씨는 "제주4·3의 연좌제를 벗어 던지려 희생자들은 6·25 전쟁 당시 해병대 3기로 지원하기까지 했다"며 연좌제 피해에 대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현재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이 상당수"라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유해 발굴을 진행하는 등 당시 아픔을 달래줄 방안을 연구했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무죄 선고를 포함해 현재까지 제주4·3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의 직권 재심 청구를 통해 군사재판 제45차·1301명(박화춘 할머니 포함)이 명예를 회복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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