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등 방해로 이웃 갈등
현행법상 '소음' 포함 안 돼
"자율적 관리 문화 조성 필요"

#1.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주택에 사는 A씨(51)는 최근 밤낮으로 울어대는 닭들로 인해 잠을 설치고 있다. 집 인근 밭에서 키워지는 닭들은 해가 뜨기 한참 전부터 울어대면서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A씨는 "잠을 자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깨면서 낮에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주인에게 항의해도 그때만 조용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2. 제주시 외도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B씨(30)는 매일 옆집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고통받고 있다. 옆집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여러 마리의 개가 요란하게 짖어대면서 B씨는 옆집 주민과 관리사무소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B씨는 결국 다음 달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제주지역 곳곳에서 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음 문제로 이웃 간 다툼도 발생하면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2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동물은 29만958마리다. 이 중 제주도는 5763마리가 증가했다. 도내 누적 등록 반려동물 수는 5만2807마리에 달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일부 미성숙한 반려문화도 나타나면서 소음 문제 등 이웃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제주시 건입동의 한 단독주택에서는 지붕 위에 개 2마리가 묶여 있었다. 해당 개들은 불안하게 지붕에 앉은 채 목 놓아 우는 등 주변 소음 피해는 물론 동물 학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법적으로 규제하는 층간소음과 달리 반려동물 소음은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구제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동물이 내는 소리'는 소음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물 소음으로 주거환경권을 침해받는 주민이 생겨도 뚜렷한 규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동물이 내는 소리도 '소음'의 범주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소음·진동관리법상 동물은 포함되지 않아 다른 저감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현재 환경부의 '소음진동관리종합계획'에는 동물 소음에 대해 '자율적 관리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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