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래씨 63년 만 졸업식...방송통신중·고로 배움 기회
"함께 달려온 '친구들' 덕"...'교육' 올곧은 삶 위해 필요

18일 만난 김홍래씨가 1970년대 구매한 백과사전을 꺼내보였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당시 사전은 그에게 '교과서'였다. 김은수 기자
18일 만난 김홍래씨가 1970년대 구매한 백과사전을 꺼내보였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당시 사전은 그에게 '교과서'였다. 김은수 기자

"배움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좋은 것이다. 못다 이룬 꿈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홍래(83) 할아버지는 오는 28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늦깎이 졸업생'이다.

김홍래씨는 국민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0년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몇 년 후 겨우 국민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지만 학창시절 당시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김씨에게 배움은 사치였다.

일터에 다녀오고 난 뒤 백과사전과 신문을 통해 독학해 온 그는 학생모를 쓰고 학교를 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배움을 향한 갈증을 평생 품고 살던 김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언론을 통해 제주제일중·고 부설 방송통신중·고등학교를 알게 됐고, 결국 국민학교 졸업 63년 만인 2018년 77세 나이에 꿈에 그리던 중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해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맏이'였다.

김씨는 "대부분 학생이 60대 이상이다"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과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더 소중하기에 모두가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고 전했다.

그는 "방송통신중 동급생이 모두 방송통신고로 진학했다"며 "어렵게 학교에 입학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기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던 김씨는 "서글픈 것은 열심히 강의를 듣더라도 나이가 들다보니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더라"며 "같은 반 친구들과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더 젊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이제 김씨는 3년간 고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평생 가슴 한 켠에 응어리로 맺혀 있던 배움의 한을 푼 것이다.

김씨는 "기쁘기도 하지만 배울 수 없어 안타까웠던 지난 날이 생각나면서 애잔한 마음도 크다"며 "나처럼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배움의 문이 열려있으니 도전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교육'에 대해 그는 "좋은 직장, 취업이 아닌 인생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나를 알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정도로 묵묵히 한 길을 걷다보니 결국 끝이 보이더라"며 "포기하면 언젠가 후회로 돌아온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나이와 환경은 방해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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