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시인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는 첫 태양이 청룡의 활기찬 기운을 가득 안고 우리 모두에게 힘찬 출발을 일깨우는 듯 즐겁게 찾아왔다. 옛날에는 설날이면 여느 때나 떡국과 함께 한 살 더 먹는 즐거움 속에 동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이를 할 때도 즐거웠지만 웃어른들이 친절하게 일러주는 덕담을 듣는 순간과 더불어 세뱃전을 받는 순간은 더없이 즐겁고 기쁜 시간이었다.

시골에서는 설명절 차례를 마치면 동네에 돌아가신 분의 상을 모신 집을 방문해 세배 겸 명복을 비는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또한 나이 많으신 어른들께 찾아다니면서 세배를 했다. 자동차 교통이 발달하기 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돈집에 세배갈 때는 정월 초사흘까지도 찾아뵙고 숱한 덕담을 나누는 등 양가 서로가 인사하는 자리가 있어야 했다.

세배를 할 때마다 웃어른들이 반갑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덕담은 여러날 동안 잊지 않고 되뇌이기도 했다. 손전화가 없을 때까지는 정성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연하장도 많이 돌렸었는데 손전화기가 생기고 나서는 전화기 문자로 덕담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해 들어 전화기로 받은 새해 덕담을 옮겨보면, 모 기관장님이 전화기 문자로 보내준 새해 덕담으로 '존경하는 선생님! 희망과 설레임을 가득 안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베풀어주신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새해를 맞이하겠습니다. 2024년 새해에는 청룡의 푸르고 맑은 기운을 가득 받으셔서 뜻하시는 모든 일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십시오'.

동호인 후배에게서 이메일 문자로 보내온 새해 덕담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 동안 깊은 관심으로 보살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게 한 한해였습니다. 새해에는 더 새롭고 웅대한 포부로 하시는 일마다 괄목할 발전이 있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숨 가쁘게 달려온 2023년도 뒤돌아보니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행복했던 해였습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란 말이 있습니다. 더욱 활기차고 좋은 일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친구에게서 전화기 문자로 보내온 새해 덕담은 '친구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특히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지난 한 해는 오래오래 기억될 행복의 시간들이었어. 한 해동안 너무 고마웠고, 네가 있어서 많은 힘이 되었단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마무리 잘하고, 내년에도 항상 건강하자'.

시인 이해인님이 새해 덕담으로 남긴 시는 '좋은 생각만 하고 / 좋은 이야기만 하고 / 우리 서로 / 새해의 덕담을 주고 받지만 / 삶의 길이는 / 어둡고 아프고 / 나쁜 일도 너무 많아서 / 조금은 불안하고 두렵지요 / 그럴수록 / 우리는 덕담을 주고 받으며 / 서로 서로 / 복을 짓고 / 복을 받아 / 복을 나누는 가운데 / 선업을 쌓고 덕을 닦는 / 아름다운 / '복덕방'이 되어야지요'.

덕담은 사람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주는 중요한 자성예언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에게 주는 덕담은 그 어린이의 진로를 잡아주는 이정표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칭찬은 해줄수록 더 잘하게 되고, 정은 나눌수록 더 가까워지며, 사랑은 베풀수록 더 애틋해진다는 말이 있다. 갑진년 새해에 인상 깊게 받은 덕담을 되새겨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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