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비상임 논설위원·감귤명예연구관·최고농업기술명인

최근 감귤재배를 하지 않는 지인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말이 "작년도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너무 좋아서 대박났네요"다.

사실 작년말과 올해 초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너무 높았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오랫동안 5㎏ 기준 평균값은 8000~9000원으로 1만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작년산은 최근까지 도매시장 경락가가 1만4000~1만6000원으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니 대박났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그러나 농가들도 웃을 수만은 없었다. 많은 농가들이 급등하기 전 산지 포전 거래로 상인들에게 넘겼고 가격은 높아도 작년산의 경우 폭우 및 폭염으로 인한 열과 등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해가 출하연합회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후 27년 만에 최고의 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올해도 작년산 정도라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는 것이 감귤 생산자들의 의견이다. 대학나무의 부활이 시작된 듯하다.

조금 허리를 펴질까 기대하니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는 듯하다. 가격이 폭락할 때는 대책 없던 정부가 가격이 올라간다고 물가상승의 주범을 농축산물이라 판단해 농축산물 수입확대로 대처할 분위기다. 손쉬운 물가안정 효과를 보기 위해 농민 민생은 외면하는 듯 하다.

특히 정부는 올해 '민생경제 1호 정책'으로 농축산물 수입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이라 걱정이 앞선다. 최근 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안정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농축산물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관세 면제와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과일값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신선, 냉동 과일 등 과일류 21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30만t 물량을 신속히 수입할 방침인 것이다. 오렌지의 경우, 수입 오렌지 5000t의 관세율을 50%에서 10%로 낮춘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수입으로 저렴해진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어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가격폭락으로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게 되면 언젠가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먹거리만은 너무 가격에 연연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농가들의 생각이다.

요즘처럼 한파 및 폭염 등 자연재해가 지속돼 자국민에게 줄 공급량이 불충분하면 외국의 수출이 중단돼 결국 우리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농축산물을 사먹지 못하는, 일종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고물가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비상시도 아닌 상황에서 수입으로 농축산물 수급을 맞추겠다는 발상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농축산물보다 치솟는 기름값과 가스비, 공산품 가격의 상승을 자제시키는데 더 힘을 써야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바람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농축산물 수급정책으로 자칫 국내농업 생산기반을 붕괴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이고 다원적인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농민이 잘 살아야 지역 균형발전도 가능 하다는 것을 명심해서 농축산물의 값이 올랐다고 난리 피우지 말고 그동안 생산비도 건지지 못했던 사실을 감안해서 조금 보상 해준다는 마음으로 농축산물 가격상승에 관여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농민들의 바람은 과잉생산에 따른 산지폐기, 혹은 한파나 폭염, 폭우 등 자연재해 발생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으로 절망에 빠진 농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런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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