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영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가 펴낸 '2022년 말 기준 지방채무 현황'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채무 총액은 38조2746억원으로서 전년대비 6.1%, 즉 2조2141억원이 증가했다. 지방채무의 99.7%, 즉 대부분은 지방채 발행에 의한 것이다.

지방채무는 채무비율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는 채무 총액이 한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가를 계산한 값이다. 우리 제주의 경우 14.28%이며 최근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본청)의 경우 12.18%, 그리고 전북(본청)은 6.62%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서울(본청)은 20.15%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는 채무비율에 있어서 다른 자치단체보다 특별히 심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채무비율 증가의 추세가 심상치 않다. 2018년 말 채무비율은 5.7%였으며 2020년 말은 10.07%, 그리고 2022년 말은 14.28%로서 증가일로에 있다.

물론 2022년 말의 채무비율은 코로나19에서 도민들의 기초적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적 재정지출의 상황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다만, 지방재정의 관점에서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언제 또 우리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통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측할 수 없는 재정지출의 상황을 고려해 예비비를 두고 있으나, 우리에게 예측불가능하게 닥치는 자연재난 등의 상황은 우리가 코로나19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준비해 둔 예비비의 범주를 넘어서는 재정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의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늘리게 되면 재정의 건전성이 자연히 나빠진다. 이는 결국 도민을 위한 복지사무가 원활히 수행되기 어려움을 뜻한다. 따라서 국가든 지방이든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강조하게 되는 바,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수단들이 고려된다.

그 중 최근 국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재정준칙의 도입'이다. 재정준칙은 공공재정의 수입과 지출, 운용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를 법규정화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지금까지는 재정당국이 재정지표를 내부적인 정책집행의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활용했다면 재정준칙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정준칙화된 재정지표들은 법적 효력을 갖게 돼 더욱 강력한 재정관리가 가능하다.

최근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획득한 강원도의 경우 「강원특별자치도 재정준칙 운영 조례」를 제정해 시행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채무비율에 대한 도의회의 통상적 통제를 넘어 채무비율을 5%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이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지출구조조정 및 채무상환 그리고 개선책의 도의회에 대한 보고 등의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강원뿐만 아니라 우리 제주도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방자치와 재정자치에 있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이자 선구자였던 우리 제주를 다른 특별자치도가 추월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선의의 경쟁자가 나타난 상황이 반갑기도 하다.

차제에 우리 제주도도 지속가능한 재정의 구축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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