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황 한의사

날이 추워지면서 한의과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의 수도 함께 줄었다.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생활 반경도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다. 날이 따뜻한 때 하던 운동도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고, 이른 아침 시간이여도 훤히 밝지 않으니 일찍부터 활동하기 쉽지 않다.

한의학은 예로부터 인체가 자연에 순응한다는 '천인상응(天人相應)' 이론을 바탕으로 신체 리듬을 설명했다. 오랜 고전인 '황제내경'의 '사기조신대론'에서는 사계절에 따라 일상 패턴도 이에 순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적어지니 자연스레 활동량을 줄이고 온기를 간직하고 지키는 것이 좋으며, 특히 잠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날 것(早臥晩起)을 권한다. 한편, 날이 따뜻해지는 봄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생명력이 움트는 시기니 이에 따라 능동적이고 발산하는 활동성과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다. 겨울과 반대로 여름철에는 잠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夜臥早起)을 권한다.

일조량에 따라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밤이 시작되면 뇌의 '송과선'이라는 부분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명령하는데, 이 호르몬은 뇌의 활동을 점점 줄이고 호흡과 맥박을 가라앉혀 몸의 상태를 이완 및 수면의 상태로 들어가도록 한다. 반대로 아침이 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다. 이런 멜라토닌의 일주기는 계절별로 변화하는 일조량에 영향을 받는다. 계절적 변화를 보이며 일반적으로 여름에 비해 겨울에 높게 보고된다. 따라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수면의 양이 약간 증가하는 것도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시사철의 기운에 따라 우리 몸도 기민하게 영향을 받는다.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도 이에 맞춰 조리하는 것이 양생(養生), 곧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해가 짧아지는 겨울철에 맞게 몸과 마음을 잘 간직하고 지키는 독자 여러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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