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오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학교 비전임교원

"청년들이 밝고 자신감 있어 보여요" 귀농 귀촌인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다녀온 지인의 말이다. 그는 청년들이 밝은 이유를 '떳떳함'이라고 표현했다. 홍동면에는 농사를 짓고 정주하면서 필요한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떳떳한 청년들이 있다.

필자는 2014년 마을교육공동체를 연구하면서 홍동면을 방문했다. 홍동면에는 1958년 개교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있다. 풀무학교는 농촌 마을에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특히 지역사회교육, 협동조합, 지역 언론사 등을 통해 오늘날 마을의 문화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왜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풀무학교가 마을에 있으니 마을 어르신과 청년의 삶은 이상과 현실이 긍정적으로 공존한다. 특히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에게는 마을에 정주하며 형성한 마을교육생태계의 이야기가 있다. 물론 풀무학교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을에서 학교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은 분명하다. 학교를 근간으로 마을에서 태어난 토착민과 귀농 귀촌한 이주민들 간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청년이 마을에서 떳떳한 주민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2023년 11월 9일)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과 학업 등을 위해 제주를 떠나는 20대 청년이 1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이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최다 이주 지역은 서울(1105명, 72.4%)이다. 상위권 대학이 있고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가야 성공한다는 오래된 인식은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 서울로 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서울로 떠난 청년이 다시 제주로 돌아오지 않고, 제주로 이주한 청년마저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도는 제주청년센터, 온라인 플랫폼 제주청년이어드림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은 설계(Design)가 중요하다. 비전을 세워 방향을 제시하고, 비전이라는 제주의 미래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사업을 계획하며, 일련의 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청년이 꿈을 펼칠 희망이 담긴 비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정책의 방향이나 목적을 보여주는 지표마저 불분명하게 나타나고,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도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최근 도의회는 청년 유출의 핵심 원인으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을 지적하며, 유망 제조업 및 신생 성장기업의 필요를 말했다.
 유망 제조업 및 신생 성장기업은 과연 좋은 일자리일까? 제주에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돈을 많이 주면 좋은 일자리일까? 돈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란 과연 무엇일까? 제주 청년이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문화, 기회, 지원 등을 고민하는 것에서 출발한 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는 제주대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제주에 남아주기 바라는 마음을 전하지만 공허할 때가 있다.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을 제공하고 떳떳함을 보여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제주의 청년을 위해 행정에서 더욱 고민해보자. 청년이 제주에서 떳떳하게 정주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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