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비상임 논설위원·조세정의네트워크동북아챕터 대표

연착륙 전망이 우세한 세계경제

갑진년 새해를 맞아 각 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 세계 경제의 연착륙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주요 경제권이 지난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지속돼 온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딛고 경기 침체를 극복해 안정적인 성장 궤도로 이행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선 2022년 기준 전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한다는 글로벌 경제엔진 미국은 선제적으로 시행된 그간의 누적된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지속적 위축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1.5%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물가상승률도 2%대로 기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수출규모로 2018년 기준 세계 1위에 등극한 바 있는 중국의 경우 강력한 경기 부양 드라이브에 힘 입어 4.5%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세계 양대 경제권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유럽도 전년 대비 낮은 물가 상승률과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주요 경제권의 회복세에 따라 신흥국들도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글로벌 교역량 증대로 인해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 두가지

물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들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세계 경제의 연착륙 전망이 우세한 것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교역량 증가로 제조업 수출이 확대되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며 성장 회복세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의 우세한 전망치를 종합하면 한국 경제는 올해 2%대의 물가 상승률과 2% 내외의 성장률로 안정적 성장을 보일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여전한 부동산 침체와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작년 민생경제를 옥죄던 저성장·고물가·고금리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그러나 이미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한국 경제는 2000~2010년대에 이미 2%대보다 더 낮은 수치로 가는 등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성장률 하락으로 소득 증가가 둔화되면 결국 세수 감소와 재정적자 확대라는 경로를 피할 수 없게 돼 소요가 날로 늘고 있는 복지 지출의 유지와 확대는 꿈꾸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2%대의 안정적 성장의 장기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장의 양날개라 할 수 있는 인구와 기술 양쪽에서 실효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다.

우선 한국의 미래에 다가오는 거대한 먹구름인 인구구조 측면에서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올해 10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내년께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한국은 이른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한다. 결국 고령층의 생산적 취업·재취업 확대와 그에 따른 청년 고용 위축 위험 대응을 위해 현재 유력한 호봉제를 직무와 성과중심제로 전환해 성장률 제고와 복지 지출 경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성장의 다른 날개인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고 사회구성원 간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도 있다. 한국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술 혁신은 다른 선진경제권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지만 관련 인력 부족, 효과적인 경쟁 시스템 미비, 제도와 정책 측면의 비효율성 등은 세계 시장 경쟁에서의 도태를 피하기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될 과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