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높아지고 일조량 감소
브로콜리·양배추 농가 '울상'
도, "현재까지 피해 접수 0건"

27일 양배추 유통업자 성씨가 제주시 한경면의 한 밭에서 썩은 양배추를 가려내고 있다. 고기욱 기자
27일 양배추 유통업자 성씨가 제주시 한경면의 한 밭에서 썩은 양배추를 가려내고 있다. 고기욱 기자

"여름 장마도 아니고 겨울에 이 정도 비 피해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2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강씨(54)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브로콜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연일 비가 내리며 습한 날씨로 곰팡이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씨는 "일단 수확해 저장고에 담아뒀는데 이미 비를 많이 맞고 곰팡이병이 생겨 소용이 없다"며 "1년 농사를 이렇게 망쳐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확한 브로콜리 중 30%는 곰팡이가 생긴 상태"라며 "대부분 버리고, 덜 심한 건 도려내서 판매하더라도 절반 가격밖에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26년째 전국을 돌며 양배추를 유통하는 성씨(63)는 이날 제주시 한경면의 한 밭에서 밑동이 썩은 양배추를 바라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해당 밭에 있는 양배추 중 약 30%는 밑부분에 곰팡이가 생기며 썩어 드러누워 있는 상태였다.

성씨는 "비가 갑자기 계속 오면 양배추가 웃자라고 물을 많이 머금어 터져버리기도 한다"며 "며칠 비 예보가 있던데 그때 피해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이전에도 비슷한 피해가 매년 발생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피해를 주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 제주지역에서 연일 비가 내린 뒤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5~8일간 강우가 이어졌다. 이달 초에만 1월 한 달 강우량에 맞먹는 100㎜ 내외 많은 비가 일주일 동안 집중됐으며, 지난주도 일주일 내내 비와 흐린 날씨가 지속됐다.

일조시간 역시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제주지역 일조시간은 0시간으로 전년 12.0시간, 평년(2019~2023년 평균치) 15.7시간과 크게 대조된다.

같은 기간 서귀 2.2시간, 고산 0.7시간, 성산 0.1시간으로 각각 평년보다 26.6시간, 24.3시간, 28.4시간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최근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농작물 재해 관리요령을 발표해 월동채소 등의 병해 및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철저한 사후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 피해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번 비로 인해 접수된 피해는 없다"며 "현재 이번 비 피해를 농업재해나 피해 보상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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