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사난살주' 제주서 초연
(재)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주최
제주4·3,광주5·18,세월호,이태원 등
"단단한 걸음으로 연대해 나가겠다"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부는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단살주'를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사진은 고 문지성 양의  아버님 문종택 씨의 모습. 전예린 기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부는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단살주'를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사진은 고 문지성 양의  아버님 문종택 씨의 모습. 전예린 기자

"내 아이가 생존자 명단에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서울로 향했어요…살아있다고 했어요, 살아있길 기도했어요"

지옥 같던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만 책임자는 입을 닫는다.

생때같은  내 자식이 왜 죽어야만 했느냐고 수만번을 외쳐보지만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 다시 한번 통곡할 뿐이다.

재단법인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센터장 김성환 신부)는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단살주'를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이날 연극에서는 제주 배우 현애란씨가 수만명의 인권 유린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4·3의 이야기를, 광주 배우 김호준씨가 1980년대 광주에서 집단 학살이 일어난 5·18 민주화 항쟁의 이야기를, 고권일 제주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 문지성 양을 잃은 아버지 문종택 씨와, 10·29 이태원 참사로 아들 문효균 군을 떠나보낸 어머니 이기자 씨가 무대에 올라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제주 배우 현애란씨가 무대에 올랐다.

"나 10살때 이야기라, 교사 형제는 많이 배워시난 죄다 빨갱이다면서 시커먼 밤에 우리 아방을 잡아갔어. 어멍이랑 몇날을 울고이신디 동네서 말하길 너네 아방 정방폭포에 누워 있댄고라" 

교사의 형제라는 이유로 아버지가 '빨갱이'로 낙인찍혀 죽임을 당했던 이야기부터, 계엄령이 선포된 광주에서 이유 없이 군인의 총탄을 맞아 11세의 나이로 사망한 전재수 씨의 이야기까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상흔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극장 안을 가득 메웠다.

이어진 차례에는 단원고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 씨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무대위에 올랐다.

이날 문종택씨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말에 팽목항을 가보니 어부가 차가운 바다에서 아이를 끌어올리고 있더라"며 "경찰이 내게 건넨 첫마디가 '아버님, 아이가 얼굴이 없는데 보시렵니까'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진 무대에는 2022년 10월 29일 밤, 아들 문효균씨를 잃은 어머니 이기자씨가 보고싶은 아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강수한씨(32)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을 통해 수십년의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아픔을 겪으면서 곳곳에서 할 일을 찾아 해내는 대단한 용기와 힘을 발휘한 유가족 여러분의 모습을 보았다"며 "당신들의 단단한 걸음을 보며 우리도 함께 단단한 걸음으로 연대하고 함께해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공연 기획과 연출을 맡은 방은미씨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는 좌절, 외로움과 절망을 진혼의 마당으로 풀어내고 무대의 형식을 빌려 연대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강정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이 제작비 지원, 구럼비유람단의 후원으로 '노개런티' 로 마련될 수 있었다.

이달 초연한 '사난살주'는 제주를 시작으로 서울과 광주 등 홍보를 통해 순회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예린 기자

왼쪽부터 김호준 배우, 문종택 씨, 이기자 씨, 현애란 씨, 김은숙 씨, 고권일 씨의 모습. 
왼쪽부터 김호준 씨, 문종택 씨, 이기자 씨, 현애란 씨, 김은숙 씨, 고권일 씨의 모습. 
초등학생이던 전재수 군이 1980년 계엄군의 총격에 놀라 숨을 곳을 찾다가 형이 사준 고무신을 되찾으려고 돌아서다 흉탄에 스러진 사건. 전예린 기자
초등학생이던 전재수 군이 1980년 계엄군의 총격에 놀라 숨을 곳을 찾다가 형이 사준 고무신을 되찾으려고 돌아서다 흉탄에 스러진 사건. 전예린 기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부는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단살주'를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전예린 기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부는 국가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사단살주'를 16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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