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비상임 논설위원·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 휴가지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근무형태인 워케이션(workation)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들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워케이션 거점지역으로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뿐만 아니라 관광인프라도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휴식 기능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관광이 핵심산업인 제주는 선호도나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워케이션 사업과 달리 제주를 홍보하는 수준이 아니라 특화된 유무형의 자원과 상품을 통해 제주의 브랜드 자산이 더욱 강화되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역과 도시의 역할은 강조되고 있지만 차별화는 더욱 어려워지면서 워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아이템이 생기면 전국이 동시에 비슷한 전략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소규모 지역이 보유한 가공되지 않은 자원과 경치만으로는 설득력을 갖출 수 없다. 제주만의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맛집이나 숙소가 여행의 목적이 되면서 도시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기능하는 시대가 됐다. 뉴욕이나 파리는 도시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만들어낸 상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역의 소규모 도시들은 관심받는 이슈와 특성에 맞는 트렌드를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제주의 가장 핵심적인 브랜드는 역시 '제주'다. 제주에서 개발된 수많은 브랜드들도 결국 제주에서 만들어졌기에 가치가 커진다. 그래서 제주의 문화와 환경 등 독특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정체성을 갖춘 로컬브랜드(local brand)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제주의 유무형 자원들이 제품으로, 디자인으로, 스토리로 특별함을 갖춘 로컬브랜드가 많이 생기고 있다. 감귤을 생일선물로도 손색없게 만들거나 특산 자원을 의식주 관련 상품에 적용해 제주의 특별함을 개발하고, 이런 로컬브랜드들을 모아 팔릴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로컬브랜드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갑자기 로컬브랜드가 많이 생긴 것이 아니라, 계속 그 자리를 지켜내며 지역에 기여하고 있었음에도 관심있게 살펴보지 않은 탓이 클 것이다. 주변에도 30년 이상 또는 반 백년 넘게 묵묵히 이름을 지켜온 브랜드와 가게들이 많이 있다. 이런 로컬브랜드들이 모여 '제주' 브랜드를 강하게 만들고 있기에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최근 제주에도 육지부에서 검증받은 인기 브랜드들이 연이어 오픈하고 있다. 관광지에서는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로컬브랜드를 경험하고 싶어할 것 같지만 오히려 어디서나 경험해 본 브랜드를 찾아 줄서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매력적인 브랜드들은 시·간을 초월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더욱 경쟁력이 강해진다.

로컬브랜드도 독특함과 특이성을 갖춰 저절로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창출해야 한다. 개별적으로는 로컬브랜드의 역량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어 지속적 노출이나 협업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주적인 요인들을 찾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떻게 만드는지 보다 만든 것을 어떻게 파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어떤 트렌드와 이슈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주의 매력을 갖춘 로컬브랜드가 시장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제주의 가치가 담긴 로컬브랜드 육성에 관심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