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비상임 논설위원·자비정사 스님

아주 먼 옛날 히말라야 산록에 커다란 반야(Banyan)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그 나무 근처에 세 동물(꿩, 원숭이, 코끼리)이 살고 있었다. 이 세 동물들은 서로 존경하지도 순종하지도 않아 질서가 없었다.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셋 중에서 누가 가장 연장자인지 알아내서 그를 존중하고 그에게 순종하자고 상의했다. 그들은 셋 중에서 누가 가장 연장자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좋은 방안이 떠올랐다.

꿩과 원숭이는 코끼리에게 물었다. "코끼리야! 네가 기억하는 한에 있어 이 반야 나무가 얼마나 작았는지 말할 수 있느냐?" "내가 아기였을 때 이 반야 나무는 아주 작은 관목이어서 나는 그 위를 걸어 다니곤 했지. 그 당시 반야 나무의 제일 높은 가지는 겨우 나의 복부에 닿을 수 있었지. 내가 기억하는 한 이 반야 나무는 조그마한 관목에 불과했지"

이번엔 꿩과 코끼리가 원숭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원숭이가 대답했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내가 겨우 땅에 앉아 목을 세울 수 있는 나이였을 때 나는 이 반야 나무가 이제 막 땅 속에서 나올 때 제일 먼저 나온 새싹을 먹었다. 이 반야 나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다"

이번엔 원숭이와 코끼리가 꿩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꿩이 대답했다. "아주 오래 전 모처에 거대한 반야 나무가 있었지 나는 그 나무의 씨를 먹고 여기에 그 씨를 내뱉었다. 그것이 이 나무의 기원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반야 나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

꿩의 말을 듣고 원숭이와 코끼리는 꿩에게 말했다. "당신이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우리 둘로부터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앞으로 당신을 존경하고 당신의 말씀에 순종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이 자문을 구하게 될 때 좋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 이후 꿩은 원숭이와 코끼리에게 좋은 가르침을 줬고 오계를 지키도록 가르치고 그 자신도 오계를 지켰다. 이상의 이야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 산업 사회에 노인들은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기에 생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다수의 노인들이 젊은이로부터, 심지어 자식들로부터 적절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나이가 존경의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삶을 더 경험했기 때문에 인생에 대해 젊은이보다 더 깊은 통찰과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젊은이에게 어떤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나이만 가지고 존경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젊은이들도 연장자의 인생철학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연장자를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지녔으면 한다. 노인들이 거칠어진 손마디가 없었으면 이 나라 대한민국이란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까?

현재 보면 일부 몰지각한 젊은이들의 예의 없는 행동들이 눈살을 많이 찌푸리게 한다.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빨리 간다. 언제나 청춘이 아닐 것이다. 나이가 진정으로 존경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현재의 젊은이들이 자유와 질 좋은 삶을 누리고 있음을 가슴 깊이 되뇌이며 항상 존경하고 고마움을 표하며 살아주길 바란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듯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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