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실장

4·10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오늘(20일)로 21일을 남겨 놓았다.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표밭갈이 경쟁도 본격화됐다. 예비후보측은 내일부터 이틀간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후보로 등록한 후 내달 9일까지 13일간의 공식선거 운동기간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제주지역 총선도 마찬가지다. 여·야별 후보 구도가 확정되면서 표심 확보 발걸음도 빨라졌다. 후보들은 선거구 곳곳을 찾아다니며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을 약속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들도 당 차원의 공약을 발표하면서 표심 확보 대열에 합류했다.

정당·후보들의 공약 발표는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유권자들의 심리에 기댄 선거전략이다. 실제로 현실이 미래보다 낫다고 말한 후보는 표를 얻을 수 없다. 반면 실현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지역·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탓에 공약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후보·정당들이 이처럼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역·국가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우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 작업은 필수다. 실현 가능한 공약도 있지만 사기에 가까운 공약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총선을 되돌아보면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타당성이 결여된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 후 이행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행태도 부지기수다.

후보·정당의 공약이 사기로 전락한 것은 공직선거법의 맹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직선거법 66조는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공약 인쇄물(선거공약서)에 사업 목표와 우선 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조달 방안 등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게재해 유권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했다.

반면 국회의원선거는 제외돼 형평성을 잃고 있다. 당초는 총선에도 선거공약서 발행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의 반칙과 특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총선에서도 선관위가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 확산을 위해 홈페이지에 정당·후보 공약을 탑재키로 했지만 재원 조달 등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지 못하면 '헛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지역·국가발전의 독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선관위만이 아니라 언론사들이 준비한 정책토론 역시 후보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동시에 전문가는 물론 후보 상호간의 토론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따지면서 누가 더 지역발전의 적임자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선거판에 초대된 정당·후보의 당연한 책무다. 여론조사가 민심의 향배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정책검증은 누가 적임자인지를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총선 후보간 정책검증은 제주지역의 경우 더더욱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제주 총선은 예비후보 등록후 지난 100여일간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 제주시갑·서귀포시 경선과 언론사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도민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중앙정치의 각축전이 제주총선 이슈를 점령하면서 지방정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정부나 여·야 중앙당발 이슈로 제주 총선판까지 영향을 받았음을 배제키 어렵다.

각계각층으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고 실천을 다짐한 후보의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검증은 필수다. 특히 약속 이행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제시함으로써 유권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정책 검증을 외면하겠다는 것은 도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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