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탁 서귀포시 상하수도과장

언제나 함께하기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귀한 존재들이 있다. 특히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대체 불가의 존재임에도 흔하게 인식되면서 원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집안까지 들어온 상수도의 편리함과 언제든 사서 마실 수 있는 생수를 접하게 되며 '물은 항상 풍족하게 사용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도 자리하는 듯 하다.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할 때 10분에 100ℓ의 물이, 양치할 때는 30초에 6ℓ, 샤워할 때는 무려 120ℓ의 물이 사용된다'고 하니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낭비되는 물의 양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제주지역은 대부분의 수자원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예나 지금이나 물이 귀한 곳이다. 사람들이 늘고 물 쓸 데가 많아지며 지속 이용 가능량을 넘어 쓰다 보니 지하수 고갈을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며 말라가는 해안가 용천수도 점점 늘고 가뭄 때면 일부 지역에서 물이 부족해 제한 급수가 이뤄지기도 한다.

빗물이 토양으로 내려가 지하수로 취수되기까지 평균 18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오늘 아침 마신 물 한잔이 18년전 한라산 자락을 적셨던 빗물이었을지 모르니, 오늘 우리가 아낌없이 물을 쓴 대가로 18년 후에는 목마름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으로 나의 물 절약 생활 실천을 통해서 미래세대의 갈증을 풀어줄 소중한 물을 채워둘 수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때마침 오는 22일은 유엔(UN)에서 물 부족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되새기며 18년 후에 마주하게 될 맑은 물을 준비하는 좋은 습관을 일깨우는 시작점으로 삼아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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