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준 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경장

필자 같은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관할 구역을 순찰하다 보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이륜차 운전자, 적색등화에 신호를 위반해 그대로 진행하는 운전자, 중앙선을 침범해 운행하는 운전자, 횡단보도가 지척에 있음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 등 교통법규 위반 현장을 빈번하게 마주한다.

이에 단속을 하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반하는데 왜 나만 단속을 하느냐" "지역사회니까 조금만 봐달라" "젊은 사람이 나이 먹은 사람 단속해서 좋으냐" "불편해서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등 분명 위반자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인데도 비슷한 말과 행동으로 경찰관에게 선처를 요구한다.

그러나 경찰관이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단속을 진행하면 선처를 요구할 때의 애처로운 눈빛이 점차 경찰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비춰지는 눈빛으로 변모한다. 위반자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신분증을 제시한다.

심한 경우엔 짜증을 내며 욕설을 하거나, 단속에 앞서 소속과 계급을 밝혔음에도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악의적으로 관등성명 제시를 재차 요구하는 운전자도 간혹 보인다.

필자는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도 다 하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단속하는 경찰관을 되려 책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들이 타인의 교통법규 위반을 타산지석(他山之石, 타인의 부정적인 면도 자신을 갈고 닦는데 쓸 수 있다)으로 삼아 개개인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도로 위에서 무사고와 무위반을 향한 도약의 첫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