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일 제주시 전농로 개최
개화 안해 방문객 어리둥절
2월 일조시간 부족 등 원인
지역 상인 매출 감소 울상

23일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방문객들이 벚꽃 없는 벚꽃길에서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고기욱 기자
23일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방문객들이 벚꽃 없는 벚꽃길에서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고기욱 기자

"벚꽃이 피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축제 분위기로 즐거운 봄입니다"

제주의 대표적인 봄축제인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벚꽃 없이 개막했다.

축제 첫날인 22일 전농로는 왕벚나무에 꽃망울만 보일 뿐 벚꽃이 피지 않아 휑한 모습이었다. 이날 축제장에는 다른 왕벚나무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핀다는 '알림이 나무'만 만개했다.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방문객들이 벚꽃 없는 벚꽃길에서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고기욱 기자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방문객들이 벚꽃 없는 벚꽃길에서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고기욱 기자

하지만 방문객들은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벚꽃 테마 포토존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축제 기간 전농로 일대 교통이 통제돼 인근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 찼고, 주변 카페와 소품가게 등도 손님들로 붐볐다.

벚꽃축제에 벚꽃은 없지만 오랜만에 축제를 맞이한 방문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주민 A씨(38)는 "이렇게 벚꽃이 실종된 벚꽃축제는 처음 봐서 당황했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볼거리도 다양해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인 23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찾으면서 왕벚꽃 거리 일대가 더욱 붐볐다.

반면 이번 축제로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매출에 울상을 짓기도 했다.

소품가게를 운영하는 B씨(46)는 "평소보다는 축제기간 손님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꽃 축제에 꽃이 없다 보니 영향이 크다"며 "지난해에는 4년만에 벚꽃축제가 개막하면서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올해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축제 기간을 정했던 지난달 축제 개막일과 벚꽃 개화 시기가 딱 들어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잦은 비와 꽃샘추위로 예측이 빗나갔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제주지역 일조시간은 84.9시간으로, 평년 87.2시간보다 2.7시간 적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일조시간 137.6시간과 비교하면 52.7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삼도1동왕벚꽃축제추진위원회는 축제 일주일 후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보고, 오는 29~31일 전농로 일대에서 벚꽃길 안내와 음료 제공 등 봉사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윤용팔 삼도1동왕벚꽃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기상청 등 여러 전문가와 논의해 축제 기간을 정했는데 벚꽃이 피지 않아 방문하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래도 풍성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한 만큼 축제를 잘 즐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6회 애월읍 왕벚꽃축제'가 열린 23일 장전리 왕벚꽃거리도 도민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애월읍도 전농로와 같이 벚꽃이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방문객들은 포토존과 향토음식점, 플리마켓 등에 모여들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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