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

20년 전, 신제주 신시가지에서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가 분양되던 시절이 있었다. 분양가는 약 1억원으로, 그 시절의 수입에 비춰볼 때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다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5년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될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 이 임대 조건은 초기 전세금을 6000만원으로 시작해 매해 5%씩 임대보증금이 상승하는 형태였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많은 도민이 신시가지에 들어와 내 집을 소유하게 됐다.

임대주택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분양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이른바 '주거 사다리' 시스템은 많은 도민에게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최근 제주의 주거환경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2477만원으로 서울 다음으로 높고, 미분양 주택 수도 사상 최고 수준인 약 2500호에 이른다. 특히 최근 분양된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약 8억원에 달해 20년 전에 비해 약 7~8배 상승한 것은 도민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최근 제주의 평균연봉은 3570만원으로 전국 최하위에 해당하며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제주 도민들, 특히 미래를 꿈꾸는 젊은 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점점 더 멀게 만들고 있다.

제주의 주거환경을 둘러싼 현재 상황은 우려스럽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아파트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더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의 주거환경은 현재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의 상승 및 대규모 미분양과는 대조적으로, 수천명의 도민이 대기 중인 임대주택 부족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에는 제주지역의 무주택가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44.9%로 나타났으며 공공임대주택의 재고율은 전국 평균인 8.1%보다 낮은 6.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제주에서 주거에 대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제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거 사다리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현재 도정에서는 주거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주거복지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맞춤형 행정이 요구된다.

먼저 현재 시행 중인 매입임대주택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 적합한 가격과 좋은 위치의 미분양 주택을 적극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면 임대주택 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저렴한 토지공급이 매우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주택이 필요한 지역에 단지형으로 저렴한 토지 및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고 시장의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지형 아파트에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도민들의 주거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도민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주거 사다리를 복원함으로써 주거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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