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현 제주자치경찰단 수사과 수사관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방어다. 기름이 오른 방어회를 맛보고자 전국에서 제주를 찾는다. 겨울 방어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특히 머리 구이는 별미 중에 별미다.

그런데 지난달 제주에서 일본산 방어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식당이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이달초 제주도자치경찰단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단속을 벌여 원산지를 속인 식당 7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판매된 방어만 4.6t에 달한다. 일본 원전오염수 배출로 수산물에 대한 민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기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비슷한 시기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인 식당 4곳이 단속됐다. 사료용 냉동 멸치 28t을 제주지역 식당에 판매한 유통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관련 뉴스가 보도되자 지인들은 '내가 먹은 멜국도 사료용일 수 있다'며 자주 가던 식당을 의심했다. 모두 원산지 또는 식품 표시 의무만 준수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기사에 '제주 방어 못 믿겠다' '흑돼지 살 돈으로 백돼지 먹었다' '더는 제주에 가지 않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어민과 농민, 원산지 표시 의무를 준수하는 업체까지 타격을 입은 셈이다. 표시 의무 위반은 제주 관광의 축을 흔드는 범죄다.

곧 여름이 다가온다. 제주를 찾는 이들로 흑돼지 수요가 늘 것이고, 늦가을이 지나면 전국의 많은 이들이 방어를 기다릴 것이다. 제주 먹거리를 찾는 모든 이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주경찰도 단속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업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원산지와 식품에 대한 정확한 표시다. 방어와 흑돼지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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