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학교 교수 겸 학장

봄철(spring season)이 다가왔다. 꽃피는 춘삼월(春三月)과 맞먹으면서 '만화방창(萬花方暢)의 글귀'를 실감나게 만든다. 따스한 봄날에는 '온갖 생물이 피어나고, 자라나는 계절'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등은 동요(童謠)에 등장할 만큼 국민들에게 친숙한 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벚꽃축제'가 곳곳에서 남발(濫發)하므로 여기에 눈길을 모이고 있다. 진해의 군항제(軍港祭)는 벚꽃에 근거하면서 전통축제를 열어온 '시발점'이 돼왔다. 근본으로 소급할 때 일제(日帝)강점기에 해군기지로 활용하며 '일본문화'를 누적(accumulation)시켜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광복이란 '전환점(turning point)'을 맞았음에도 벚꽃축제의 경우 '일제(日帝)의 잔재'로서 그대로 남아있다. 벚꽃 자체가 '어린이동요'에 등장할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살구꽃과 닮은 모습이다. 그렇더라도 '일본국화(國花)'로 지정된 마당에 벚꽃축제를 벌이는 것 자체야말로 국가자존심의 훼손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오늘의 벚꽃축제는 여의도에서도 진행될 만큼 '성황'을 누리고 있다. 이곳은 입법(立法)부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일본의 국화'를 앞세운 문화축제를 여는 것 자체가 '국가자존심을 상실해온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벚꽃축제는 잠실과 불광천 등 주변을 향해 확산(diffusion)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벚꽃축제의 확산과는 대조적으로 무궁화동산의 조성이나 관련축제에 대해서는 눈을 씻어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외형(外形)에 치중하는 인기(人氣)몰이의 행사보다 내면에 담겨진 의미를 떠올리며 올바른 가치(value)를 찾는 것이 마땅하다. 가시(visible)성을 띤 외형보다, 불(不)가시(invisible)하더라도 내면에 담겨진 의미를 앞세우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이것이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철학이건만 실제상황은 고뇌(苦惱)로 이어지는 철학보다 손쉬운 외장(外裝)에 우선하는 모습이다. 

그런 결과는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표현하듯, 속빈 강정처럼 내면세계가 '몰가치(沒價値)'한 모습으로 추락하고 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표현하듯, 어떤 경우에도 맑고 지혜로운 정신연령(mental age)에 가치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글귀를 마음속에 떠올리며 선현들이 남겨놓은 '고전(古典)적 지혜'를 실천함이야 말로 옳은 것이며 이치에 맞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상황(real fact)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과학만능주의에 빠져들며 '고전에 담겨진 지혜(wisdom)'마저 구닥다리로 취급하며 외면(外面)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근본에서 '과학만능주의'에 젖어든 것이 원인으로, 고전적 지혜마저 외면해온 데 따른 '후유증'이다.

전자통신과 관련된 장비가 대표적이다. 컴퓨터, 스마트폰의 장비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급변(急變)하는 시대조건과 장비에 대한 적응력의 경우, 젊은 세대들이 앞서가고 있다. 이것이 세대 간에 '마찰(摩擦)'을 불러오는 한편 사용기법(技法)에서 앞서온 신세대(new generation)가 주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고전적인 지혜'마저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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