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 공학혁신센터 겸임교수

최근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이하 삼전)의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다. 삼전의 사업은 반도체 부문 및 휴대폰 부문, 디스플레이 부문, 가전 부문, 전장 부문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휴대폰 부문과 반도체 부문은 삼전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휴대폰 부문은 꾸준한 영업 실적으로 경기 변화에 따른 영업 실적 변동성이 심한 반도체 부문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삼전의 성장을 추동하는 핵심 사업 영역은 반도체 부문으로 고려된다.

삼전의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D램 사업부와 낸드플래시 사업부로 나눠진다.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의 개발 및 설계, 판매 등을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인 시스템LSI 사업부 및 팹리스로부터 위탁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 사업부와 후공정의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AVP(Advanced Packaging) 사업팀으로 구성됐다.

이렇듯 삼전의 사업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졌다. 삼전 위기설과 관련돼, 먼저 휴대폰 부문은 그간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그 지위가 흔들려 애플과 도전자인 중국의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게 협공 받고 있다. 특히 삼전의 휴대폰 부문은 수익성에서 고가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에 비해 열세다.

다음으로 삼전의 핵심 사업 부문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D램 사업부는 그간 압도적 지위를 보유하며 SK하이닉스 및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경쟁해 왔다. 그런데 삼전은 생성형 AI(인공 지능) 시대를 맞아 시스템 반도체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와 함께 AI 가속기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D램을 첨단 패키징에 의해 수직으로 적층화한 고성능 및 고부가 가치의 메모리 반도체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즉 SK하이닉스는 GPU에 기반한, AI 가속기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인 엔비디아와 협력 체제로 HBM 분야를 선도해 삼전은 도전자로 강등됐다.

또한 삼전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시스템LSI 사업부는 시스템 반도체로서 스마트폰의 핵심 요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의 경쟁력 약화로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에서 대만의 미디어텍을 비롯, 미국의 퀄컴 및 애플과 중국의 UNISOC에 비해 열세다.

아울러 삼전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는 시장 점유율에서 2위지만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 특히 TSMC는 오랜 노하우로 엔비디아, 애플, 퀄컴, AMD 등 대형 팹리스를 고객으로 유치했지만 삼전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율(양품 비율) 등에서 밀려 대형 고객 유치에 애로가 많다.

이렇듯 HBM 및 모바일 AP, 파운드리, 휴대폰 등의 고전으로 삼전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삼전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사업 구성에 따른 관료주의적 폐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관료적 병폐로 혁신 역량이 약화돼 조직 경쟁력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삼전은 관료적 체제를 넘어 창의적 혁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향후 삼전이 여러 난관을 극복해 세계 IT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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