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영 비상임 논설위원·법무법인 결 변호사

직원이 많지 않은 법인을 운영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을 잘 뽑고 적재적소에 알맞은 일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기업을 운영하며 인사관리를 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을 넘어 경외감마저 든다.

변호사의 업무가 서면을 쓰고 법정에 출석하는 일이 전부인 것 같지만 서면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부터 정리, 사건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일까지 변호사가 직접 다 신경을 쓰기에는 만만치 않은 일들이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변호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눌 때마다 직원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빠지지 않는 대화거리며 특히 변호사 수가 늘어나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일할 직원을 채용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직원을 잘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민법은 사용자 책임 규정을 둬 직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고용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무에 종사하게 한 사람은 그 종사자가 일을 하며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어떤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자기의 생활범위를 확장해 많은 이익을 얻게 되고, 대신 고용된 사람이 사무를 집행하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이는 사업으로 인한 손해이므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 위해 사용관계가 존재해야 되고, 사무집행에 관해서 손해를 끼쳐야 한다. 판례는 이런 사용관계와 사무집행에 관해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 사무는 법률적·계속적인 것에 한하지 않고 사실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도 무방하며, 사용관계는 원인관계의 유무와 유효여부를 묻지 않기에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피용자를 선임하고 감독하는 관계만 인정하고 있어 고용관계나 근로계약관계보다 넓게 본다. 사무집행 역시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사무집행에 관해 한 행위로 본다.

최근 버스회사에서 기사로 근무하고 있던 여성이, 동료 버스기사들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근로자들 사이에 퍼뜨리거나 자신에게 성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되는 직장내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피고 회사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은 사안이 있었다.

이 경우 여성인 버스 기사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돼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가 금지하는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와 관련해 이뤄진 불법행위이므로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돼 버스 회사가 이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무조건 이 책임을 인정하면 경우에 따라 부당할 수도 있어 민법은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을 경우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과 감독에 주의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결국 이 사용자책임은 사용자가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져야 되는 무과실책임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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