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어선 좌초 사고
선체·어구 등 어장 뒤덮어
해조류 등 기름 유출 피해도

26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사고로 좌초됐떤 선체 일부가 놓여 있다. 고기욱 기자
26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사고로 좌초됐떤 선체 일부가 놓여 있다. 고기욱 기자

"해녀들은 매일 목숨 걸고 물질하는데 선주는 차일피일 정비를 미루면서 속이 탑니다"

지난 1월 말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어선 좌초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어선 잔해들이 2달 가까이 수거되지 않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6일 하도리 해안가 바위에는 커다란 선체 일부가 놓여 있었다. 해당 선체는 지난밤 높게 친 파도에 자리를 이동하며 바다에 기름을 뿌려 놓았다.

선박이 놓인 바위 주변에는 기름띠가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자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또 인근에는 조각난 선박 잔해들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고, 일부는 가루처럼 잘게 부서져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좌초 선박에서 나온 엔진과 어구, 선박 잔해 등이 바다 안에 깔려 있어 어장 피해는 물론 해녀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주민 A씨는 "바다 안은 훨씬 심각하다. 엔진 등에서 기름이 계속 새어 나오고, 엉킨 낚싯줄이 곳곳에서 발견돼 해녀들을 위협한다"며 "정비가 늦어지면서 파도에 어구가 곳곳에 퍼져 점점 위험한 바다로 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뿌려 놓은 종패도 낚싯줄에 다 휘감겨 제대로 크지 못한다. 톳과 우뭇가사리, 미역에서도 일부 기름 냄새가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레저업에 종사하는 B씨는 "미관에도 좋지 않고 안전 문제로 영업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선체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등이 환경도 다 오염시킨다. 종패도 그걸 먹으면서 결국 사람도 유해 물질을 먹게 될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 1월 31일 좌초된 선박이 지난달 파손돼 해안으로 떠밀려오자 제주시는 공유수면법에 따라 선주에게 제거 명령을 내려 잔해들을 수거하도록 했다.

선주는 바지선을 이용해 바다 안 잔해를 건져 올릴 계획이지만 날씨 등을 이유로 벌써 10여차례 미뤄지고 있다.

행정의 제거 명령에 14일 이상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가 가능하지만 현재 선주 측도 수거 진행 중에 있어 행정의 개입할 권한도 없는 실정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좌초 사고는 원인자 책임 원칙이기 때문에 선주가 처리해야 한다"며 "현재 선주가 처리를 진행하고는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행정 개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기욱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