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진 비상임 논설위원·사운드오브뮤직 대표

도시는 다수의 현대인이 살아가는 사회, 경제, 정치 활동의 중심지다. 현대 도시는 사회구성원의 공존과 이해관계를 위한 정책과 지역을 벗어난 다차원적인 상호관계를 맺기도 한다. 도시와 도시의 만남은 서로의 문화를 탐닉하고 생활방식을 교류하며 인류애의 공통 목적을 공유한다.

공유 공간에 가장 유연한 것은 바로 문화이자 예술이며, 추상과 가상의 공간, 시대 예술을 만드는 음악이다. 모차르트와 잘츠부르크, 피아졸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리고 윤이상과 통영은 시대를 기록한 작곡가와 그를 대표하는 도시다.

잘츠부르크에는 잘츠부르크의 자랑, 모차르트가 가는 곳마다 살아 숨 쉰다. 그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던 대성당을 중심으로 모차르트의 동상이 보이고 광장이 이어진다. 붉은색 국기가 걸린 모차르트의 생가에는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모차르트 쿠켈(Mozartkugel) 초콜릿 상점들, 모차르트를 흉내낸 하얀 가발을 쓴 길거리의 악사들,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을 지나고, 화장실에 들러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이 작은 도시는 그의 짧은 35년의 생을 230년이 넘도록 산업화했다.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행사에 아르농쿠르 지휘자는 '모차르트 상업주의'를 비판했지만, 그로 인해 잘츠부르크는 앞으로도 유럽의 심장, 문화 도시를 지속할 것이다.

아메리칸드림을 향한 이민자들의 항구 도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노동자들의 음악도시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유럽의 춤과 음악들이 섞인 '탱고(Tango)'로 해가 지면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가장 아름다운 밤 도시를 만든다. 피아졸라의 손을 거쳐 동네 선술집 음악에서 세계적인 '누에보 탱고'가 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탱고의 거리, 밀롱가(Milonga)로 가득하다. 고급 식당에서 지하 술집까지 탱고음악으로 채워진다.

매해 봄, 가을에 우리나라 통영에는 세계의 음악 거장들이 모인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며 만들어진 음악제로 아카데미, 콩쿠르, 다양한 공연으로 이뤄진다. 윤이상은 독일에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동양사상과 음악 기법을 서양음악 어법과 결합해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로 평가받았으나,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그의 음악과 삶은 철저히 숨겨져야 했다. 2015년 통영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면서 거장 윤이상을 내세워 20여년간 통영을 음악도시로 만들어왔다.

그 결과 윤이상 기념관과 통영국제음악제, 도천동의 음악 마을을 형성하고, 초등학교의 교가들을 기록, 통영 출신의 박경리 문학가와 연결고리를 만드는 문학의 거리까지 만들어냈다.

이처럼 예술가의 혼이 새겨진 도시는 역사를 열린 공간으로 바꿔 미래를 향한 활기와 탄력을 선사한다. 예술로 채워진 도시는 골목, 시장, 문화유산, 역사의 현장까지 다양한 측면을 들여다보고 공공예술로 공동체를 단단하게 한다.

평화의 섬, 우리 제주는 무구한 이야기를 담은 야생의 섬이다. 이곳에서 자란 예술가들은 어떤 힘을 갖고 있는가. 도시에 혼을 새긴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고향 밖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배우되 본연의 정체성을 살려 자신만의 것들을 세계화해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제주는 그런 예술가를 키울 수 있는 오늘이 됐는가. 우리 제주도 그런 예술가를 키울 수 있는 폭넓은 예술정책과 예술 생태계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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