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 교수

제주시의 주택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 곳이 많다. 인구 밀도가 높거나 건물들이 밀집돼 있는 곳은 거의 아수라장이다. 이런 광경을 매일 봐 왔기에 이젠 일상이 돼 당연한 듯 중앙선 위로 차들이 다닌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을 발견하면 피할 곳도 없고 비켜주지도 못한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앞뒤로 행렬이 이어져 진퇴양난이 되기 일쑤다.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차의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야간에는 상향등을 켜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끔 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일어난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도로변 양쪽의 부정 주차한 차량 사이로 아이들이 뛰쳐나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집, 공원과 놀이터를 연결해주는 보행환경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주택가 도로에서의 부정주차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시각공해를 일으키는 것은 안전보다는 후순위이긴 하지만 이 또한 무시할 순 없다. 혼잡하고 무질서한 도로변의 부정 주차는 단지 시각적, 감각적 불쾌감을 넘어서 주거생활의 편리성과 쾌적성을 위협하고 도시문화를 저질화시키게 된다. 횡단보도, 인도는 물론 소화전 앞, 주정차금지구역 간판 앞에까지 불법주차를 하는 것은 아이들이 말하는 소위 어른들이다. 신고와 단속, 과태료 부과, 적발이라는 단어들이 오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고 해결책은 없을까?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나 빌라 주변의 주차장 확보 비율이 낮고, 공영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주변 상권이 연결돼 있다면 주차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문제점이 있는 주거지역의 주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용 주차장을 늘려서 차량을 이동시키고, 그래도 부족하면 한 줄 주차 시행을 검토해 볼 수도 있다. 도남오거리 주변 한줄 주차는 주민들 스스로 주차 질서를 지키겠다는 모범 사례로써 주차의식 개선, 주민의 행정 참여,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의 실효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차고지가 없는 경우, 공영유료주차장을 임대해야 하는데 이때 임대 기간, 주차장 임차 비용 등의 문제점들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재개발이나 아파트 단지 등 고밀도의 주거형태가 조성된다면 완료 후의 모습을 예측해 주차공간 계획과 보행자의 안전이 반영되도록 제도를 강화해 주차로 인한 혼란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주택가 도로는 주민들의 주요 동선으로 주거생활의 안정과 직결된다.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과 행정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고, 실천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적어도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도로에 주차하는 주민들이 없어야 하고,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왔을 때 단속을 포함한 현장의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의지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행정과 시민들의 참여의식, 모두의 공감대 형성으로 우리들의 주거 환경을 스스로 정비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탁 트여진 도로가 하루 빨리 우리의 일상으로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

주차 문제가 주거환경에 미치는 정도가 점차 커져가고 있고 즐겁고 행복한 삶의 기본요인 중 일부인 만큼 주차장이 돼 버린 우리의 주택가 도로가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변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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