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기록되지 않은 피해<하>
황요범 제주4.3 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

제주4.3 희생자 유족인 황요범씨는 2015년부터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4.3 희생자 유족인 황요범씨는 2015년부터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4·3 당시 허물어진 학교 재건을 돕던 아이는 수십년이 지난 현재 제주의 땅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묻힌 제주4·3을 꺼내놓고 있다.

제주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를 도입한 2015년부터 명예교사로 활동한 4·3희생자 유족 황요범(77)씨의 이야기다.

황요범씨는 후세대에게 4·3의 역사와 교훈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명예교사로 교단에 섰다.

황요범씨가 나고 자란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제주4·3 최대의 피해마을 중 한곳이다.

황 씨의 모교인 북촌초등학교는 초토화 작전이 극에 달했던 1949년 1월 학교 운동장에서 400명의 주민이 운명을 달리한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제주4·3 학살터'였던 셈이다.

주민들이 집단 희생되고 마을이 황폐화하면서 1949년 2월 10일 폐교됐고, 학생이 없는 학교는 이웃 마을 청년단원들에 의해 허물어졌다.

황 씨는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학교를 재건하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모았다"며 "그 때는 어린아이와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학교를 다시 세우기 위해 돌을 날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학교의 재건을 돕던 그는 이제 4·3 명예교사로 활동하며 미래 세대들에게 그 날의 역사를 옮겨 나르고 있다.

그는 "4·3으로 피해를 입은 학교 재건을 돕고, 아버지와 친척을 잃는 등 4·3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며 "수십년 간 묻을 수 밖에 없었던 사실들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명예교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명예교사는 황 씨에게 더욱 특별하다. 40여년 동안 교편을 잡았지만, 4·3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교사로 활동하던 1970~1990년대만 해도 4·3은 '금기의 역사'였다.

명예교사로 다시 교단에 선 그는 4·3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신경쓰는 부분도 많다. 4·3유가족으로서 수업이 주관적으로 흘러 갈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황 씨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4·3은 이어지지 않는다"며 "진실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촌초처럼 4·3 당시 피해를 입은 학교가 도 전역에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실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학교는 마을사람들의 상징이자 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3으로 무너진 학교를 세운 것도 주민들"이라며 "이같은 주민들의 공로를 조명하기 위해 제대로 된 학교 피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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