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비상임 논설위원·한국평화협력연구원 부원장

선거 시기가 되면 과도한 정치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이 나타나 대중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개그맨들이 정치인들의 재미있는 개그 때문에 설 자리가 없다는 한탄을 하겠는가!

대체로 어느 방면에서든 업적을 이룬 사람이 존경을 받다가 정치 권력을 추구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나 억지를 부리다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하던 사람도 욕망이 강해지면 어느 순간에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 또는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인 분수를 모르고 날뛰다가 구설에 오르는 오점을 남기게 되거나 애써 이룬 자산을 탕진하는 것이다.

"뱁새가 분수도 모르고 황새 따라 하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처럼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일을 도모하면 낭패를 당하기가 쉽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명언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나이 40의 불혹(不惑)과 50을 일컫는 지천명(知天命)과 연관해 생각해 본다.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50은 돼야 하늘이 내게 내린 재주와 능력을 알게 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마다 타고난 재주와 능력에 맞게 살면 더 조화롭고 평온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하늘이 내린 소명이 무엇인지 정도는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남을 돕고 남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다. 비록 생계를 위해 일한다고 해도 남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 있고 내가 어떻게 살든, 그 비용을 낸다고 해도 남에게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며 모두가 소중한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저마다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알며 사는 구성원들이 많은 사회일 것이다. 

정치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정치는 수많은 이해충돌을 조정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이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이 분수를 모르고 자신을 거짓되게 미화하며 정치 권력을 과도하게 지향하다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힘이 있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때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그치는 것이 어렵다. 추구하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더 크고 시야를 흐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만이 더 지혜롭고 사리에 밝은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자만 때문에 자기 분수를 분별치 못하고 몰락하게 된다.

분수라는 것은 원래 유학에서 사물이 각각의 기(氣)의 차이 때문에 위계가 생긴다고 보는 데서 나온 말이다. 유학자들은 자연의 질서가 그대로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보고 사람도 기의 차이 때문에 위계가 생긴다고 봤다.

성공한 사람만이 아니라 소시민도 분수를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율이 유난히 높은 이유에는 분수를 모르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퇴직금을 노리고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금융사기, 암호화폐 투자, 다단계에 연루돼 많은 사람이 빈곤으로 떨어진다. 젊어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60대 이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다고 꼭 현명하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부디 불혹과 지천명을 생각하면서 젊어 이룬 성과를 노년에도 잘 지키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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