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놀이패 한라산 단원으로 광대인생을 시작했던 김경훈씨(38)가 첫 마당극 대본집 「살짜리 옵서예」(도서출판 각·7000원)를 펴냈다.

 ‘평생을 판에서 살고 죽더라도 판에서 죽는’평생광대로의 약속,10년여 40여편의 마당극과 함께 호흡했던 중견 광대 김씨.

 공동창작과 개인작업 등을 통해 마당극 대본작업을 해온 김씨가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을 모아 정리했다.

 「살짜기…」에는 1992년 ‘꽃놀림’에서 2000년‘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광기)까지 대표작 9편이 실려있다.

 수록 작품은 크게 ‘4·3작가’김씨를 확인할 수 있는 ‘꽃놀림’ ‘살짜기 옵서예’ ‘헛묘’ ‘마지막 빨치산’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시의성있는 민생 문제를 파헤친 ‘저창살에 햇살이’ ‘개발바람 오름너머’ ‘제주인 레저베이션’ 등으로 나뉜다.

 ‘4·3’문제를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작품마다 피해자로,가해자로,방관자로 바뀌는 시선을 읽을 수 있다.

 ‘꽃놀림’(‘92)은 1948년 음력 섣달 열아흐렛날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에서 자행된 광랑의 학살극을 형상화한 작품이고 ‘살짜기 옵서예’(‘93)는 제주도의 유명관광지가 4·3당시 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헛묘’(‘91)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4·3’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마지막 빨치산’(‘98)은 빨치산의 입을 통해 4·3의 실체를 짚고 넘어가자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4·3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씨의 4·3에 대한 편집적 관심은 마당극 무대의 광대가 풀어내는 입담과 흥을 돋우는 북소리,노랫소리에 실리고 있다.

 정공철씨 역시 “억울한 죽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광대가 있어야 한다는 광대적 소명의식과 뒤끝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민족운동가로서의 완벽주의적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말로 김씨의 4·3에 대한 편집적 관심은 설명한다.

 이번 대본집 발간과 관련 김씨는 “시도 몸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지만 그동안 썼던 대본들을 하나로 엮어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 것뿐”이라며 “놀이패 한라산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1993년 「통일문학 통일예술」을 통해 등단,시집 「운동부족」을 펴냈다.<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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