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과 한국언론’주제 세미나가 28일 오후 2시 한국언론재단과 제주도의회·한국기자협회 주최, 제주도기자협회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세미나에는 김삼웅 교수(성균관대)와 허호준 기자(한겨레 민권사회2부), 강창일 제주4·3연구소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강원철(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김원웅(개혁국민정당 대표)·김주완(경남도민일보 부장직무대리)·송창우(제주MBC 보도국차장)씨 등이 지정토론을 벌이게 된다.

다음은 주제 발표문 요지.

△김삼웅(제주 4·3사건과 한국언론)=1947년 3·1절 발포사건과 1948년 4·3무장봉기로 촉발됐던 4·3사건은 7년 7개월동안 민간인 2만5000∼3만명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와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냈다. 진압작전에서 전사한 군인은 180명 내외, 경찰 전사자는 140명으로 파악된다. 제주 4·3사건은 한국전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불행한 사건이다.

중앙언론이 4·3사건의 보도에 인색하고 왜곡을 일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폭동·반란론의 편향된 이념적 경향성이다. 냉전과 반북 적대의식에 길들여진 언론인들이 4·3사건을 단순히 이데올로기성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오래 전부터 타지역인들은 섬 또는 섬사람에게 멸시와 학대를 일삼아왔다. 이같은 습성이 4·3사건과 관련해 의도적인 차별과 축소지향의 보도관행을 만들었다. 셋째는 역사의식의 빈곤을 들 수 있다. 역사의식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마땅히 사건을 추적하고 현재 진행중인 진상규명과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해 진척사항을 살펴야 할 것이다. 넷째는 언론인들의 사대의식이다. 미국측의 개입과 작용이 현저한데도 사대의식에 젖은 한국 언론인들은 4·3취재를 꺼리는 듯하다.

△허호준(언론을 통해 본 제주 4·3진상규명운동의 역사와 4·3재평가)=인명피해와 물적피해 규모면에서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전시상황이 아닌 시기에 벌어진 4·3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왜 그토록 인색한 것인가. 제주4·3은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1960년 4월19일 이전까지는 남로당에 의해 주도된 공산반란이고 군경에 의해 피살된 자는 모두 폭도이거나 그 동조자라는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4·19이후 진상규명이 반짝 했으나 5·16쿠데타로 끝났다. 그 결과 4·3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끌기는 커녕 군사정권에 더 이상 얘기해서는 안되는 ‘금기의 영역’이 돼왔다.

1987년 6월 항쟁은 제주 4·3의 진상규명 운동에 기폭제 역할을 했고 이후 오랜 세월 외면했던 언론도 서서히 4·3문제에 관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0년 1월 공포된 제주 4·3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은 올 3월29일 열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가 심의 확정할 4·3진상조사보고서로 결실을 보게 됐다. 이는 지난 50여년간 한과 눈물로 점철되고 마음속으로만 울분을 삭여야 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차원에서 해방공간의 역사에 대한 정부 최초의 진상조사에 대해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강창일(제주 4·3의 진실과 향후의 과제)=4·3특별법은 제정 당시부터 매우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수구집단의 집요한 훼방에 의해 그 법조차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를 한단계 제고시키는 새로운 참여정부가 탄생했다. 그에 걸맞게 새 정부는 4·3의 진실을 밝히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했던 사항을 그대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 요체는 진상보고서에 따라 4·3위령제에 참석해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제주도민에게 국가원수의 자격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 그 자체가 원혼들을 위령하고 도민의 한을 푸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중앙위원회는 주저하거나 직무유기하지 말고 법에 명시된 대로 명예회복의 과제를 즉시 수행해야 한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도외 도처에 집단 학살당해 방치돼 있는 유골을 하루빨리 발굴, 수습해 안장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으로 하루빨리 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생계곤란자와 부상자에 대한 대책을 즉시 강구해야 하며 교과서를 개정해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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