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고 건 국무총리 주재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수정, 채택했다. 그동안 진상규명위는 사건의 성격, 군의 과잉진압 여부 등을 놓고 수차례 진통을 겪었으나, 이날 참석한 위원들간 전원 합의로 사건 발생 55년만에 정부 차원의 공식 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

다만 위원회는 앞으로도 4·3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자료가 발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6개월 뒤인 오는 9월28일까지 신빙성 있는 자료나 증언이 나올 경우 추가심의를 거쳐 보고서를 수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 공권력에 의한 불법학살"로 사건을 규정해온 희생자측과 이에 반발하는 군·경간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소지를 남겨놓게 됐다.

특히 4·3진상보고서작성기획단(단장 박원순 변호사)은 이날 제주도민 및 피해자에 대한 정부 사과 등 7개항의 "대정부 건의안"을 위원회에 접수,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4·3사건 55주년을 맞아 희생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사과나 유감을 공식표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위원회는 회의에서 "단독정부 수립반대와 연계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있었고,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고 4·3사건을 규정하고,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4·3사건처리지원단 김한욱 단장이 밝혔다.

보고서는 4·3사건의 발발 원인에 대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47년 3·1절 발포사건을 계기로 조성된 제주사회의 긴장상황을 5·10 단독선거 반대투쟁에 접목시켜 지서등을 습격한 것이 4·3 무장봉기의 시발"로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의 민간인 살해를 "분명한 과오"로 규정하고, 무장대 지도부가 48년 8월 해주대회에 참석, 인민민주주의 정권수립을 지지한 것을 유혈사태 가속화의 계기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군·경 진압에 대해서는 "48년 9연대에 의해 중산간마을을 초토화시킨 강경진압작전은 가장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했다" "북촌사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마을 주민 400명 가량이 2연대 군인들에 의해 총살당한 사건" 등으로 기술했다.

아울러 4·3사건에 의한 사망.실종 등 희생자에 대해서는 "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수는 1만4028명이나, 여러 자료와 인구변동 통계 등을 감안, 잠정적으로 4·3사건 인명피해를 2만5000∼3만명으로 추정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보고서 수정 및 유인에 약 1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이날 통과시킨 수정안을 공개하지 않아,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군의 대량학살", "공권력 남용" 등의 문구가 어떤식으로 정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또 작성기획단이 내놓은 ▲정부 사과 ▲4·3사건 추모기념일 지정 ▲보고서 내용의 평화·인권교육 자료 활용 ▲4·3평화공원 조성 ▲유가족에 대한 실질 생계비 지원 ▲집단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지속 지원 등의 "대정부 건의안"을 접수, 관련 부처 등에서 검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보고서 초안에 반발, 전날 사퇴서를 제출한 김점곤 경희대 명예교수와 개인적 이유를 든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불참, 총 18명이 참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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