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과정에서 4·3 국제학술세미나 지원예산 3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 뿐더러 매우 유감스럽다. 더욱이 의원들이 내세우는 예산삭감이유가 학술세미나의 구체적인 계획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이번 학술세미나의 취지가 4·3정신의 세계화 및 인권과 평화교류에 있음을 알면서도 도의회 행자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는 24∼26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열릴 예정인‘제주4·3항쟁과 동아시아 평화’학술세미나는 그 비중이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를 비롯한 국제적인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참석, 4·3을 국제평화와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재조명할 계획이다. 특히 이 행사는 화해·상생의 제주4·3특별법 정신을 토대로 한‘평화의 섬’제주를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만약 이번 지원예산이 삭감되면 참석자는 물론 전반적으로 행사가 축소돼 행사의 취지가 퇴색됨은 물론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도의회 행자위가 불필요하거나 낭비성 예산을 깎거나 없애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번 학술세미나 지원예산은 경우가 엄연히 다르다. 행사의 구체적인 계획을 사전에 설명치 않았다는 이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주최측이 행사계획을 자신들과 미리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불만의 표시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행자위의 본심이 궁금하다. 행사주최측이 김영훈 의장 외에 다른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은데 대해 의회가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행자위는 이번 4·3학술세미나 지원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열릴 예결위는 행사지원 예산을 부활시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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