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26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렸던 ‘제주4·3과 동아시아 평화 국제학술대회’는 의의가 컸다. 우선 제주4·3을 국내외 석학들에 의해 깊이 있는 학술적인 접근이 이뤄짐으로써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석학들이 제주4·3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미국이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점도 높이 평가돼야 할 대목이다. 이 학술대회는 미국의 책임문제와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조사를 유엔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됨으로써 4·3해결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다.

특히 제주4·3의 전개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조사가 유엔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는 내년에 유엔차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제노사이드 조사가 계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사대상지역에 제주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한다는 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현안을 풀기 위해선 4·3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물론이지만 특히 대한민국 정부차원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유엔이 국가단위의 연합체란 점을 감안할 때 정부차원에서 나서서 이를 성사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제주4·3특별법 제정에 따른 정부차원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제주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유린이었고, 제주도민 2만5000∼3만명이 국가폭력 등에 의해 희생됐다는 진상을 규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군정이 연계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동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벌어졌던 제노사이드와 비교할 때도 중요한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유엔차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제노사이드 조사가 진행된다면 제주4·3이 포함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노력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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