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소위 영양제 주사를 마치 만병통치의 보약으로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맹신의 뿌리는 가난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던 우리 국민의 삶 속에 있는지 모른다.

‘병원’하면 ‘링거’를 떠올릴 정도로 링거는 병원의 상징으로 보였다.

병원 문턱이 높았던 과거의 노인들에게는 링거를 맞는다는 것 그 자체로서 상당한 위안이 됐을 는지도 모른다.

링거액은 과거 설사 때문에 목숨을 잃던 시절에는 정말 기사회생의 치료약이었다.

탈수증상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링거액을 맞고 나면 쉽게 기운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링거주사의 성분은 전혀 다르다.

대개 포도당 또는 아미노산을 함유한 수액제도 각각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구실을 한다.

다시 말해 특정 영양분을 물에 타서 일부러 주사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분들은 평소 먹는 음식 속에 충분히 들어있는 것들이어서 보통사람들에게는 영양제 주사가 별 필요 없다.

포도당,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는 수분은 물론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그래도 영양분이 몸 속에 들어가면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5% 포도당 1ℓ 에 들어있는 열량은 밥 반 공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 역시 0.5ℓ에 들어있는 열량은 쇠고기 200∼300g 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수액제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것보다 밥 반 공기 또는 쇠고기 반근을 먹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음식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것이 입맛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돈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액제를 통한 영양 공급은 고혈압, 심부전증 환자에겐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한 술 더 떠서 알부민을 맞았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알부민은 혈액 속에 있는 단백질인데 특별한 병이 없는 보통 사람이라면 웬만큼 먹지 못한다 하더라도 부족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부족하지도 않는 알부민을 맞으면 그대로 소변을 통해 몸밖으로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다른 수액제보다 심한 편이다.

링거주사는 심한 설사 환자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기력이 없다면 링거주사를 맞는 것보다는 음식물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방법이다.<장문규·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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