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덥고 찬 것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왜 한의사들은 진맥할 때 양손 바닥으로 환자의 손을 덮어서 손바닥과 손등이 더운지 찬지 같은지 다른 지부터 먼저 보려고 하는가? 왜 어떤 사람은 사시사철 손이 차서 악수하기도 민망할 정도인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손발에 열이 나서 찬물에 담그거나 차가운 벽에 갖다 대기를 좋아할까?
보통 사람은 여름에는 손이 덜 따뜻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이것은 확실히 바깥기온의 영향이다. 체온은 우리 몸 안에서 항상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름은 열이 많은 계절이라 우리 체온도 덩달아 올라가기 쉬우므로 내뿜어 버린다. 땀 흘리는 것도 이런 이치다. 이렇게 체온을 잘 발산하므로 손발이 그리 따뜻하지 않다. 반면에 겨울에는 우리 몸이 보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체온을 많이 내뿜지 않고 거두어 간직하므로 손발도 비교적 따뜻한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체온을 잘 배설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가슴도 잘 답답하고 숨도 잘 가쁘며 여름이라도 손바닥이 남도다 따끈따끈할 것이다. 왜 체온배설이 잘 안될까?
가령 마음이 초조 불안하고 번민이 많든지 세심하고 예민하여 매사에 긴장을 잘하는 사람은 그러한 감정으로 인하여 자체적으로 열이 잘 생긴다. 본디 열이 생기면 발산이 촉진되게 되어 있다. 그러자면 우리의 기운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장에서 피부까지 오르락내리락 들락날락하는 정상 활동을 해야겠는데, 이런 사람들은 감정의 성질상 펴는 감정이 아니고 오그라뜨리고 긴장시키므로 열이 생겨 발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바닥이 더운 사람은 이러한 감정에 너무 얽매어 살고 있지 않은지 살펴 조심하도록 하자. 손이 더울 때 벌써 내장이 더워져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속으로 자꾸 열을 내기만 하고 배설을 못하면 저항력도 떨어지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폐결핵, 협심증, 당뇨병 등 반갑지 않은 병들이 찾아오기 쉬울 것이다.

반면에 손이 차가운 사람들은 초조 불안을 지나 이제는 실망 낙심 좌절 불안 공포의 감정이 더 많아지지 않았는지, 그래서 체력이 더 떨어지지 않았는지 알아 볼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 식고 식으면 죽는 법인데 어떻게 하든지 마음을 살려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단순히 소화기계통이 좋지 않아 손이 차거나 열이나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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