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무성영화 "그 느낌 그대로"

태풍의 영향이라고 한다. 며칠째 이어지는 찌뿌드드한 날씨와 부슬부슬 내리는 비. 비오는 주말 무언가 특별한 게 없을까 하는 이들에게 심상치 않은 영화 한편이 기다리고 있다.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리메이크작 「아리랑」이 30일 프리머스 시네하우스(동문)에서 개봉했다.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고 하니 마치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작한 것 같지만 실상은 ‘피막’, ‘물레야 물레야’의 이두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춘사 나운규의 데뷔작「아리랑」(1926)은 조선영화의 대표작으로서 일본의 압제에 대한 대항, 민족주의적 정신 등을 내포해 당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이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이번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이 보다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2003년 요즘, 구경 할래야 할 수도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어 리메이크 했다는 점이다.

강약의 감격조, 비탄조 등 구구절절 맛깔 나게 풀어 가는 변사의 대사로 영화는 시작되고 흘러간다.

일제시대, 서울로 대학공부를 떠났던 오빠 영진(노익현)이 일제에게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정신병자가 돼 고향으로 돌아온다. 한편 동생 영희(황신정)는 방학을 맞아 돌아온 엘리트 현구(이필모)를 만나게 되고 둘이 다정스런 모습은 천가네 망나니 기호(최대원)에게 목격된다. 줄곧 영희만을 쫓아다니던 기호는 나쁜 마음을 먹고 영희에게 짐승처럼 달려드는데….

무성영화의 형식을 좇아 1초당 18프레임으로 찍어 배우들의 동작이 보다 과장된 것처럼 보이는 등 옛 느낌을 강하게 살렸다.

한편 「아리랑」은 남북한에서 동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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