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피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그 중의 하나는“때 밀지 마세요”가 될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때를 안 밀면 지저분해서 어떻게 삽니까?”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만...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주거환경의 미비로 명절날이 되어야 목욕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묵은 때를 미는 관습이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고, 그것이 1년에 한두 번 정도라면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목욕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까지 때를 미는 관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피부건강에 크나큰 위험요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신체 내부를 외부로부터 지켜주는 장벽의 역할을 합니다. 이 장벽의 최전선은 각질층이며, 피부를 밀었을 때 밀려나오는 지저분해 보이는 그것이 바로 각질층입니다. 얼핏 더러워 보이는 이 각질층이 있기에 외부의 세균, 오염물질 등 여러 가지 유해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질층을 건축물에 비유하면 벽돌담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벽돌에 해당하는 것이 각화된 각질세포이고, 그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에 해당하는 것이 지질성분입니다. 비누칠만 심하게 해도 지질성분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벽돌만 쌓아놓고 시멘트를 안 바른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때를 미는 행위는 각질 세포까지 벗겨내는 것으로 벽돌을 깨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벽돌이 깨지거나 시멘트를 제대로 발라놓지 않으면 집안에 비가 새겠지요? 우리의 몸도 각질층이 온전하지 않으면 외부의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각질층이 상처를 입으면 인체의 자기방어기능에 의하여 손상된 부위의 각질층을 과다하게 생산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피부가 더 거칠어지고 지저분하게 보이게 됩니다. 지저분하게 보인다고 또 밀어버리면 다시 피부가 손상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그뿐 아니라 건성 피부염으로 온몸의 피부가 가렵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겨울철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이지만, 때를 미는 악습만 없애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때를 미는 민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이태리’에는 이태리 타월이 없습니다.

<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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