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연구소 애월·조천서 147곳 확인

제주도내에 산재한 4·3유적지 대부분이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어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4·3연구소는 19일 4·3당시 가장 피해가 많았던 북제주군 애월읍과 조천읍 지역에 대한 유적지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47개의 4·3유적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희생터가 35곳으로 가장 많았고, 잃어버린 마을 33곳, 성터 20곳, 역사현장 18곳, 주둔지 13곳, 은신처 9곳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에서는 애월읍 영모원과 머흘왓성터, 화전동 솔도를 비롯해 조천읍 동원주둔소, 총맞은 비석, 종남마을, 너분숭이(아기무덤) 등 7곳이 새롭게 발견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무분별한 개발 바람에 파헤쳐지고 황폐화되면서 이미 원형을 크게 잃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천읍 대흘리 동부관광도로변에 위치한 동원주둔지의 경우 인근 목장 개발로 정비가 진행 중이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를 운명에 처해 있다.

인근에 있는‘총 맞은 비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50년 가까이 된 문화재급 비석으로 4·3당시 토벌대의 사격연습으로 총탄 흔적을 품은 채 50년을 버티고 서 있지만 푯말 하나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4·3유적지에 대한 현지확인작업을 도와줄 증언자들이 고령자여서 빠른 시일 내에 전수조사를 마무리짓고 보존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적지 전수조사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은 미비,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승국 4·3연구소 사무처장은 “전수조사에 따른 충분한 인원과 예산 지원이 없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제주도와 도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4·3연구소는 내년 2월까지 제주시와 서귀포, 남제주군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모두 마친 뒤 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