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위장이 안 좋아서 생긴다’‘혹은 간이 안 좋아서 생긴다’는 얘기들을 흔히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여드름이 나면 일단 내과부터 가서 위장이나 간이 괜찮은지 검사를 하고서 이상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피부과를 찾아오기도 한다. 위장이나 간이 안 좋아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런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는 것은 간단한 논리로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여드름이 나는 시기가 주로 언제인가를 생각해 보자. 사실 여드름이 나는 나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신생아 시절부터 환갑 넘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여드름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여드름은‘청춘의 심벌’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기왕성한 사춘기 시절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노인들은 여드름 발생률이 낮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심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춘기 청소년의 대부분이 여드름 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인층보다도 청소년 시절에 위장이 나쁘거나 간에 병든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일까? 오히려“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를 시키는”왕성한 위장을 과시하는 게 청소년 시절이 아닌가?
위장이 나빠도 증세를 못 느끼고 지내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지만, 위가 안 좋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이 쓰리거나 거북해 하는 증세가 있다. 또 장이 안 좋다면 설사를 하거나 변비증세가 있다. 그런데 위장이 불편한 증세를 전혀 못 느끼는데도 얼굴에 여드름이 났으니 위장이 안 좋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물론 여드름 환자 중에도 속이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여드름이 있는 사람들이 여드름이 없는 사람들보다 위장병을 더 많이 앓는 게 아닌 이상, 여드름과 속 아픈 증상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속이 불편한 증세가 있으면 내과에서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위장병을 치료했다고 해서 여드름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 또 단지 여드름이 났다고 해서 위장이나 간에 내가 모르는 큰 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거나 내과부터 달려갈 필요는 없다.

<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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