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관련 집단학살 매장지와 유물·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보존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3 당시 집단학살 실체가 사상처음 확인된 남원읍 의귀리 현의합장묘 경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그렇다. 이번 경우는 유족들의 요청 때문에 세부적인 사실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화장한 뒤 이장을 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겼다.

이번 현의합장묘 발굴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면 먼저 매장지에 관한 기본적인 사전조사도 없이 발굴된 유골을 서둘러 화장하고 옮겼냐는 점이다. 최소한 매장지에 관한 발굴을 하기 위해선 사전에 매장경위·희생자 수와 신원 등은 파악돼 있어야 한다. 또 발굴된 유골도 DNA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신원확인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굴된 유골인 경우 화장하지 않았으면 신원확인도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고 전문가는 밝히고 있다. 또 현의합장묘 자체가 대표적인 4·3 희생자 집단매장지로서 상징성이 있으나 급히 이장함으로써 사적지가 훼손되고 결국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문제는 제주도와 4·3 연구소가 4·3 유적지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 애월·조천지역에만 147곳이 파악됐지만 뚜렷한 보존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4·3 특별법에는 유물·유적 발굴에 대한 규정이 없다. 4·3 진상조사기획단이 정부에‘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을 건의했지만 이뤄진 게 없다. 광주광역시가 2001년부터‘5·18 행방불명자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국비 등으로 매장지 조사를 펼치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현실적으로 4·3매장지 발굴, 묘역조성, 유적지 조사, 현장 보전 등을 규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건 큰 문제다. 4·3 관련 매장지 발굴과 현장 보전에 관한 규정을 반드시 4·3특별법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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