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이 우선 저에게서 비롯된 만큼 아내와 어린 딸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게 됐습니다.아내의 행동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4일 오전 제주경찰서 형사계에서 살인미수·방화 혐의를 받고있는 아내의 범행 진술 조사를 받던 강모씨(32·제주시 이도1동)는 눈시울을 붉히며 형사들에게 아내의 선처를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19일 새벽 5시20분.

 평소 가정과 갓난 딸에게 소홀히 하는 것에 불만,부부싸움을 해오던 강씨의 아내 양모씨(29)는 이날도 남편이 술에 취해 새벽에 들어오자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잠든 사이 홧김에 못하던 술을 마신 상태에서 기저귀를 마루에 쌓은 후 불을 붙였다.

 이어 흉기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자고 있는 남편을 두차례 찌른 후 자신도 다른 방에 들어가 자해를 했으나 다행히 부부 모두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결국 경찰의 조사 끝에 사건 전말이 드러났으나 최초 조사과정에서 강씨는 싸움을 하다가 흉기로 자신을 먼저 찌른 후 아내를 다시 찔렀다고 거짓진술했다.

 생후 1개월 반밖에 안된 딸이 있는데다 몸조리도 제대로 못한 아내가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죄었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형사계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내를 만난 양씨는 수갑을 찬 아내의 손을 붙잡으며 그동안의 자신의 실수를 참회했다.

 “비록 살인미수와 방화 혐의로 죄인의 굴레를 받고 있는 양씨지만 유치장안에서 젖을 먹여야 하는 상황과 남편의 뉘우침,가정보호 차원에서 법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형사계 직원의 한마디는 비단 그만의 목소리가 아닌 듯 싶다.<박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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