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조선 순조 때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드라마 속의 임상옥은 대규모 상단을 꾸려 중국에 가지고간 홍삼에 대해 중국 약재상들이 값을 싸게 매기기 위해 거들떠보지도 않자,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급기야는 귀한 홍삼을 장작불에 내던져버리는 ‘강수’를 둔 끝에 원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값에 홍삼을 팔 수 있게 된다.

지난 29일, 관광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의 한 농특산물 판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라봉은 겉으로 보기에도 관광객들에게 상품으로 내놓기에 낯뜨거울 정도의 품질이었다. 이달 초에는 3㎏ 한 상자에 8만원까지 호가했다고 하니, 상자당 8∼12개씩 들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개당 최고 1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공항공사에 내는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는 판매점측이나, 농가에서 측정한 당도만 믿고 사다가 납품했다는 중간상인이나 이를 팔아넘긴 농가 모두 ‘한라봉’이라는 제주 대표 이미지에 먹칠을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기 출하로 지금 당장은 좋은 값에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품질 관리도 제대로 안된 채 출하가 지속된다면 지금 ‘유통명령제’라는 처방까지 받아든 감귤과 비슷한 처지에 몰리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값이 좋으면 좋을수록, 어려우면 어려울 때일수록 고품질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게 감귤을 비롯한 제주 농업을 살리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홍석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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