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31일) 제주 4·3과 관련“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정부 차원의 사과를 표명했다. 마침내 사건 발발 반세기여 만에 제주 4·3에 대해 국가차원의 공식사과가 이뤄졌다. 이는 오랜 세월 제주민의 가슴에 응어리져 맺혔던 한과 아픔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시킨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노 대통령이 제주4·3에 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진상조사결과에 따라 국가권력이 잘못된 점이 드러날 경우 사과하겠다던 당초의 약속을 지켰다는데 대해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정부의 사과가 있기까지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그 동안 아낌없는 헌신과 노력을 해온 4·3관련 도민·정부·관련단체·언론 등 모든 이들의 공도 높이 평가한다. 어제 노 대통령의 사과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이번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확정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차원에서 과거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를 낸 것도 이번이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국가권력이 사건진압과정에서 제주도민을 대량 살상해 인권을 유린한 사실을 적시했고, 그 국가권력이 이승만 정부와 미군으로 상정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과거 국가권력이 잘못을 저질렀던 비슷한 국내사례를 처리하는데 이번 경우가 본보기가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밝혔듯이 이번 정부의 사과는 4·3에 관한 완전한 매듭이 아니라 얽혀 있는 실타래의 한 가닥을 푼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건의한 7개 사항을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확실히 이행돼야 한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이다. 이번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앞으로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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