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머스시네마 제주 5관 부산영화제 화제작 릴레이 상영

▲ 여섯개의 시선.
예술·비주류 영화의 상영기획 확대를 위해 조성된 ‘예술영화전용관’프리머스시네마 제주 5관이 ‘진정성을 찾아 헤매는 시선들’을 주제로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들을 연속 상영한다.

이번 예술영화전용관 릴레이 상영은 흥행 중심으로 짜여지는 극장가에서 쉽사리 파묻혀 그 가치를 발하지 못했던 몇몇 작품의 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진정성을 찾아 헤맨 시선들’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상영작 3편의 주제가 가히 가볍지는 않다.

한국인권의 현주소를 여섯 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낸 「여섯 개의 시선」(감독 임순례 외 5인), 비전향 최장수 장기수 김선명의 이야기 「선택」(감독 홍기선), 영매의 삶과 굿판의 절절한 사연을 담아낸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감독 박기복) 등 3편이 일주일씩 상영된다.

◎「여섯 개의 시선」
14일 전국 동시 개봉 한 「여섯개의 시선」(14∼20일)은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2003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파노라마, 2003벤쿠버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미인」의 여균동,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이재수의 난」의 박광수, 「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 등 개성 있는 색채로 충무로에 이름을 새긴 여섯 감독의 단편을 옴니버스로 엮었다.

얼굴지상주의 한국에서 성형과 다이어트로 살 길을 찾아내야 하는 실업고 3학년 여학생들의 이야기‘그녀의 무게’(임순례)를 비롯해 김문주라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의 일상을 11개의 컷으로 구성한 영화 ‘대륙횡단’(여균동), 완벽한 영어발음을 위해 수술대에 누운 9살 종우의 이야기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 외국인 노동자의 서글픈 삶을 실제 인물들로 촬영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박찬욱) 등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파고든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선택」
2003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선택」(21∼27일)은 지금껏 인권의 사각지대로서 조명되지 못했던 비전향 장기수에 관한 이야기.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45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왔던 김선명이라는 실제 인물을 통해 여전히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엿볼 수 있다.

25살의 청년 김선명은 해방이 되던 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매료돼 북한을 선택한다. 그러나 1951년 UN군에 생포되고 15년형, 사형,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며 기약 없는 감옥살이를 시작한다. 어느 날, 대전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좌익수 전담반장 오태식은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을 동원, 전향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그의 폭력 앞에 사람들은 하나둘 전향서를 쓰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쳐가고 만다. 그러나 마지막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저항하는 김선명.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10월말 흥행부진으로 일찍 간판을 내렸으나 전국적으로 재개봉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28∼12월11일)는 2002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상영작. 올해 부산, 서울 등지에서 상영되긴 했으나 제주 상영관에서 간판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된 영화로 살아있으면서도 귀신과 같은 천대를 받아온 영매들의 삶과 한을 3편의 다큐로 엮었다.

씻김굿으로 진도를 들었다 놨다 할 만큼 굿을 잘 놓는다는 채씨 무당 4자매, 강신무로 유명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농사일을 하면서 몸이 아플 때면 굿으로 풀어내는 진도 박영자씨, 어머니의 몸신과 자신의 몸신의 티격으로 모녀사이의 불화가 심했던 것을 어머니 생전에 풀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인천 황해도 굿 강신무 박미정씨 등 굿판과 삶을 오가는 영매의 화해와 치유를 담아냈다. 박기복 감독, 나레이션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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