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예수회 분원 장애인들이 제주대 학생들에게 미술지도를 받고 있다.


꽃 집 나무 사람 교회 풍선 물고기 구름 태양….

21살부터 49살까지 성인 여성 1급 정신지체장애인들의 마음 속에 펼쳐진 미술세상이다.

장애인들의 가정공동체인 제주시 용담1동 작은예수회 제주분원(원장 최마리젬마 수녀) 소속 11명이 장애인들이 5월 1일부터 5일까지 제주학생문화원 전시실에서 제3회 작은예수회 그림공예전시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그림공예전은 천주교 2000년 대희년 장애인의 날(5월 7일)을 기념해 마련했다.그림공예전의 주인공은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연령은 서너 살 수준인 강미경(35) 고정복(31) 고주연(21) 김평재(31) 나은정(27) 양상미(21) 양순(35) 양애연(22) 장해진(23) 홍갑순(49) 홍영림(33) 씨 등 정신지체장애인들이다.그림 70여점과 칠보공예 30점이 전시된다.

이들이 그린 미술공예는 비뚤비뚤 솜씨가 가지가지만 그림 속에 담긴 내용은 천사들의 마음을 쏙 빼 닮았다.순수함과 해맑음이 응축된 이 그림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처음 크레파스를 잡았을 땐 선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으나 지금은 꽃도,나무도,집도,사람도 제법 그려낸다.

이번 그림전은 제주대 미술학과 허명순 교수와 이 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는 고경화(4년) 박설희(4년) 김성희(4년) 이정란(4년) 강복선(3년) 좌선심(3년)씨 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그림사랑연구회’ 도움으로 마련됐다.때로는 작은예수회 분원에서 때로는 야외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이들의 심성 속에서 새롭게 창출해낸 그림들이다.

최마리젬마 원장 수녀는 “오랫동안 반복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표현능력이 다양하고 색채감각도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작은 예수회 천사들은 밖에서 보고 느낀 것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림으로는 그려낸다”고 말했다.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나은정씨(27).‘그림 그리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서툰 발음으로“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그린 작품이 “전시된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 은정씨는 “다음은 무지개를 그리겠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작은예수회를 찾아 그리기 봉사활동을 하는 고경화씨는 “장애인들이 미술을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몇 년새 많이 좋아진 것같다”면서 “그리기 봉사활동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장애인들도 우리들과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작은예수회 제주분원은 2명의 수녀가 지난 93년 3월 제주도내 소외된 7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눈다는 취지로 문을 연 가정공동체다.2명의 수녀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들 정신지체장애인들은 그림그리기,음식만들기,미술관 견학,자연학습,음식만들기,오일장 가기,영화보기,연극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응능력을 키우고 있다.

전시개막 5월 1일 오후 2시.문의=758-6260.<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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