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오남두 교육감이 오늘 사퇴서를 제출한다. 옥중에 갇힌 몸이라 담당 변호사를 통해서이다. 취임한지 한달남짓만이다. 그 막강한 권좌에 단한번도 앉아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으니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오 교육감의 사퇴서 접수로 차기 교육감선거는 이제 5월 중순께 치러지게 됐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또다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계주변에서 나도는 예비후보는 최소한 두자리수를 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명까지 헤아리는 사람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에도 제주는 또다시 한바탕 전국적으로 뜨게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유례없이 과열양상을 띠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번 불법선거에 따른 충격으로 돈안드는 선거가 예상되는데다 선거기한이 짧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더 넓게 따져보면 공직을 사퇴하지 않고 출마가 가능하게 돼있는 현행 교육감선거법 탓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자치단체장 등 대부분의 선거는 선거이전 후보의 공직사퇴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교육감 선거는 각 후보들이 교육위원이나 교장 등의 현직을 유지한채 출마가 가능토록 돼있다.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되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때문에 너도나도 ‘밑져야 본전’식으로 출마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중 10여명이 현역이란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만약 교육감 후보에 대한 공직사퇴가 의무화된다면 출마후보자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게 뻔하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의무규정이 없다하더라도 교육감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은 현직에서 퇴임한 후 출마하는 게 온당하다. 그게 교육자의 양심이자 도덕적 실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정도의 각오와 희생마저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제주교육의 백년대계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자리가 아까우면 애초부터 출마를 포기하는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지면 슬그머니 의자를 다시 꺼내 앉으려는 심보는 여간 뻔뻔한 일이 아니다.

무릇 교육감은 지방자치의 한축인 교육지사로 일컬어진다. 도지사에 버금가는 막중한 자리이다. 연간 4천억원이 넘는 예산집행도 그렇지만 1만명에 달하는 교직원 인사권은 그야말로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이렇게 막중한 교육감을 재수보기식과 같은 허술한 제도에 의해 선출한다는 것은 교육가족들의 자존을 짓밟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는 교육감의 권위와 영도 제대로 서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벼랑에 선 제주교육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12대 교육감은 직전 교육감들이 벌여놓은 업보들을 설거지해야할 임무를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마자나 유권자 모두 비장한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최근 일부 단체들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민후보’를 추대하자고 제안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오죽 걱정스럽고 답답했으면 이런 고육지계를 내놓았을까. 정말로 안쓰럽기만 하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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